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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K팝 만드는 '파란 눈의 뮤지션' [POP인터뷰]

기사입력 2015. 11. 23 16:07
소녀시대 ‘라이온 하트’ 등 아이돌 곡 다수 작곡
“K팝 노래·뮤비·안무 완성도 보면 놀라워”


[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십 년 전만 해도 외국 작곡가들이 작업한 K팝 노래는 이질감을 줬다. 언뜻 들어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정도다.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결과물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K팝 히트 공식을 면밀히 분석해 귀에 감기는 라인들을 잘 만들어낸다. 강렬한 코러스와 후렴구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안무를 짜기에 용이한 중독성 강한 멜로디 라인도 많아졌다. 대형 기획사 및 인기 아이돌의 선택을 받은 노래들 중 상당수는 외국 작곡가들이 작업한 게 꽤 된다.

수 년 전부터 K팝은 외국 작곡가에게 흥미로운 시장이 됐다. 한국을 기반으로 아시아 각국에 퍼진 탄탄한 팬덤의 꾸준한 소비문화는 부업을 하지 않고도 오로지 음악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K팝의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미국 및 세계 시장으로 역진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 선두주자라는 사명감도 갖게 만들어줬고 뮤직비디오나 안무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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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을 만드는 대런 스미스(좌측부터) 션 알렉산더]


이러한 매혹적인 조건들로 인해 미국,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각국의 프로듀서 및 작곡가들이 K팝 아티스트를 향한 끊임없는 구애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미국인 션 알렉산더(Sean Alexander)와 캐나다 출신 대런 스미스(Darren Smith)에게도 K팝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K팝 음악과 문화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두 사람은 지난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생애 첫 한국 방문이었다.

지난 2006년 쥬얼리 출신 박정아의 ‘플라이 어웨이(Fly away)’를 시작으로 K팝과 인연을 맺은 션 알렉산더는 태티서의 ‘베이비 스텝스(Baby Steps)’, 슈퍼쥬니어의 ‘그녀는 위험해’ ‘니가 좋은 이유’ ‘사랑이 죽는 병’ 동방신기의 ‘넌 나의 노래’, 에일리의 ‘레팅 고(Letting go)’, 에프엑스의 ‘써머 러버(Summer Lover)’, 샤이니의 ‘아미고’ ‘욕’, 투하트의 ‘딜리셔스(Delicious)’, 손담비의 ‘슈퍼 듀퍼(Super Duper)’, 이준기의 ‘투게더(Together)’ 등을 작곡했다. 기타에 취미를 가졌던 모친과 드럼을 잘 다루던 대부 덕분에 어려서부터 악기를 접했고 독학으로 음악을 깨우쳤다. 14세 때부터 자작곡을 만들어 밴드 활동을 했을 정도다. 미국에서 크게 히트해 마일리 사일러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하나 몬타나(Hanna Montana)’ TV 시리즈 곡 작업을 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다. 왜 K팝이었을까.

“K팝은 다른 장르의 음악과 비교해 더 흥미로워요. 멜로디 위주라서 재밌다고 해야 할까요. 코드 진행도 팝에 비해 복잡한 편이고요. 특히 퍼포먼스로 완성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외국 곡을 쓰면 오직 노래만 생각하는데 K팝을 쓸 때에는 퍼포먼스까지 같이 구상해야 해요.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결과물을 보면 완성도가 높아 놀랄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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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작곡가 대런 스미스]


대런 스미스는 캐나다에서 생활하다가 음악을 배우기 위해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할리우드에 위치한 음악대학교 MI(Musician Institute)에서 드럼과 레코딩 작업을 전공한 후 36개국을 돌며 크루즈 밴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인연이 닿은 지인을 통해 게임 회사에 들어가 곡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직접 만든 곡을 유명 뮤지션들에게 트위터로 전달하면서 길이 열렸다. 이후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 레게 스타 콜리 버즈(Collie Buddz) 사만다 뭄바(Samantha Mumba) 등 유명 스타들과 작업했다.

대런은 K팝 커버송 작업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방향을 틀었다. 이 인연이 계기가 돼 엠버, 소녀시대, 오 마이 걸, 베스티 유지 등에게 곡을 전달했다. 대런은 K팝을 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K팝을 듣고 분석한다. 코드 진행이 어떻게 다른지 늘 연구하면서 색다른 방식과 표현법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션과 대런은 10년 가까이 K팝 작업을 하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입을 모았다. “K팝 작업이 즐거운 것은 화려하고 매력이 있어서예요. 저희가 작업한 곡이 뮤직비디오로 탄생한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에도 노래, 뮤직비디오, 안무 완성도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를 보고 완성도 높은 무대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지난 19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SM타운을 찾아가서 접한 아티스트 상품 판매 전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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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작곡가 션 알렉산더]


대런은 자신처럼 파란 눈을 가진 외국 작업가들이 K팝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현지 스타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미국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는 느낌이었는데 2010년부터는 K팝 장르로 완전히 흡수된 모습이다. K팝을 주의 깊게 듣고 분석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둘은 최근에 소녀시대의 ‘라이언 하트(Lion Heart)’를 공동 작곡했다. 데뷔 9년차에 접어든 중견 아이돌 소녀시대가 ‘라이언 하트’로 다시 한 번 인기 몰이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런과 션의 역할이 컸다.

“미국에서는 K팝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아서 인기를 실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이 곡의 성공은 멜로디와 콘셉트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라이언 하트’가 사자를 의미하는 라이언(Lion)으로 쓰였는데 원래는 ‘거짓말쟁이’을 떠올리면서 썼거든요. 바람을 피는 남자를 일컫는 말이죠. 그런 콘셉트가 뮤직비디오에도 잘 녹아나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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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과 대런이 함께 작곡한 곡이 수록된 오 마이 걸(좍측부터)과 소녀시대 앨범]


션과 대런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K팝 스타들이 갖춰야 할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어의 장벽을 깨뜨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2NE1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대런은 씨엘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음악 스타일이 좋은 데다 서포팅 해주는 곳이 워낙 탄탄해 좋은 활동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두 사람은 최근 작업한 아티스트 중 신인 걸 그룹 오 마이 걸의 활약도 언급했다. 더키아티스트에이젼시(the Key Artist Agency) 최재혁 대표가 프로듀싱한 걸 그룹이자 B1A4의 여동생 그룹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 마이 걸은 지금까지 작업한 신인 걸 그룹과는 콘셉트도 다르고 안무도 특이해서 눈길이 간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렇게 문화를 만들어가는 자리에 기회를 준 K팝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다양한 K팝 아티스트와 작업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남겼다.

김은주 기자 gl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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