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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가슴 먹먹하고 알싸한 '청춘' 맛의 연극 '청춘예찬'

기사입력 2017. 01. 04 16:44
리얼라이프
★천연 자일리톨의 상쾌하고 달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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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청춘예찬'을 통해 본 '청춘'은 바다속에서 바라본 하늘 같다. 빛은 보이지만 손을 뻗어봐도 아직 물속에 있다는 느낌. 얼마나 두 다리를 저어야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채, 물에 어울어진 맑은 하늘만 보고 있는 상태. 그 답답하고 가늠되지 않는 공간에 갇혔지만, 손을 뻗어 힘주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빛의 희망이 보일 것 같은 불완전한 것이 '청춘'이지 않을까.

연극 '청춘예찬'(연출 박근형)이 담아낸 청춘은 망원경으로 본 현실 같다. 그래서 더 아프고 쓰린 동시에 '내가 겪은 청춘 이야기와는 달라'하며 툭툭 털어내기에는 찝찝한, 그런 위로를 전한다.

22세의 고등학생 '청년'은 4년째 졸업을 고민하며,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허세"라며 자신과 어울리는 '예쁜이'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집에 돌아가도 암흑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폭력으로 시력을 잃고 이혼해 집을 나간 어머니, 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TV프로그램을 온종일 보고 있는 아버지. 청년을 둘러싼 공기는 암담하다. 그 속으로 한 '여자'가 들어온다. 청년의 친구 '용필'의 먼 친적인 여자는 예쁜 외모와는 거리가 멀고, 간질을 앓고 있어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들다.

여자는 청년과 하룻밤을 보낸 뒤 "오늘 그 날 일지도 모른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임신의 가능성이 커지자 청년은 여자에게 폭언을 쏟아내며 끝없는 구덩이 속으로 빠지는 듯한 현실에 울부짖는다.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 청년이지만 다른 이의 가슴에 비수를 꽂지는 못한다. 그저 칼을 들고 허공을 가를 뿐. 결국, 여자를 끌어안으며 자신이 감당해야 할 현실까지 품은 그는 아버지에게 여자를 소개한 뒤, 무서울 정도로 아픈 발길질과 함께 책임감의 무게를 감내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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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청춘'을 힘겹게 살아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취업이 쉽게 되거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거나, 부모를 잘 만나 평생 여유 있게 사는, 그런 화려한 청춘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청춘예찬'은 어떤 배경을 가진 관객의 인생이라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단순히 폭력적이고 비속어를 사용하며 '미래'라는 시간이 창창하게 남은 새파랗기만 한 '청춘'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나 행복의 의미, 사랑하는 마음 등 인생의 근본적이면서도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게 만든다.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청년'이다.

보통 연극은 암전이 되면서 막이 오르거나, 배우가 무대에 들어서며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청춘예찬'의 시작은 무대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청년'은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맨 채 어수선한 관객석으로 조용히 들어선다. 관객석 중간에 서서 아직 산만한 관객을 감정 없이 바라보다가 말없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잠시 빈 좌석에 앉아 '청춘예찬' 팸플릿을 보기도 한다. 배우를 발견한 관객이 입을 가리며 놀라워해도 무감각한 듯 그렇게 짧은 시간을 보내다 무대 위로 올라간 청년은,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퇴장한다.

청년의 알 수 없는 행동에 객석은 차분하게 술렁이다. 관객은 가까이 다가온 청년 역의 배우를 보고 소리치거나 악수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을 관찰한다. 청년을 따라 눈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함께 무대 위에 올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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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초연 당시 창작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청춘예찬'이다. 약 17년 전 무대에 처음 올려진 이 연극은 여전히 청년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불완전한 청춘을 예찬하고, 관객들은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며 공감한다. 극은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무심한 듯 가볍고 담담한 문체는 예상치 못한 웃음이 잔잔한 연민을 이끌며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기도 한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한국연극협회 신인연출상, 청년예술대상 희곡상 등 다수의 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받은 '청춘예찬'은 실력파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도 톡톡히 했다. 연극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연기력과 감정 완급 조절이 필수적인 이 작품을 통해 배우 박해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탁월한 감정연기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윤제문, 엄효섭, 고수희 등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돋보이게 했다.

배우 안재홍·이재균·김동원이 청년 역, 윤제문이 아버지 역, 고수희·이봉련·박소연이 여자 역, 엄효섭·이원재가 선생님 역, 강지은·정은경이 어머니 역, 이원재·이호열이 청년의 친구인 용필 역, 노수산나·조지승이 예쁜이 역, 나영범·홍수민이 뺀질 역을 연기한다. 특히 '청춘예찬'은 안재홍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의 차기작으로 고심해 선택한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청년 역의 안재홍은 "나는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없던 사람"이라고 밝히며 "친구들과 지내면서 연기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는 '청춘'의 일면을 내비치기도 했다.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전하는 가슴 먹먹하고 알싸한 청춘 맛의 연극 '청춘예찬'은 오는 2월 12일까지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나인스토리)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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