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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초점]'82년생 김지영', 배우 정유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은 어디에

기사입력 2018. 09.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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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 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나는 인간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지난해 영화 ‘버닝’의 개봉을 앞두고 페미니즘 논쟁에 휘말렸던 배우 유아인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애호박으로 맞아 봤음?(코찡긋)”이란 짤막한 피드로 시작된 논쟁은 삽시간에 인터넷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일부 트위터 유저들은 유아인을 두고 폭력적 성향을 가진 전형적인 ‘한남’(한국남자를 멸칭하는 용어)로 지칭하며 힐난에 가까운 비판들을 이어나갔고, 유아인 또한 해당 논쟁에서 자신만의 논조를 가지고 길고 긴 논쟁을 벌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인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란이었기에 단연 이슈는 커져나갔다.

사건은 유아인이 논란을 더 이상 키워나가지 말자는 논조의 글을 SNS에 게시하며 잦아들었다. 하지만 유아인과 반대의 논조를 펼쳤던 이들에게는 지루한 싸움이 계속됐다. 유아인이 출연한 영화 ‘버닝’은 우수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별점 테러를 당해야했고, 저평가 된 다수의 평들이 유아인의 페미니즘 논쟁을 언급했다. 또한 당시 유아인의 피드에 호감을 표했던 다수의 연예인들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배우 정유미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비판들이 도를 지나친 ‘마녀사냥’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논쟁들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누리꾼들은 서서히 양립의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측과 옹호하지 않는 측이 맞붙었다. 한 사건을 두고도 여러 논쟁들이 오고갔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역시도 이러한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12일 ‘82년생 김지영’ 측은 영화의 타이틀 롤 김지영 역할에 정유미의 캐스팅을 확정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82년생 김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친정 엄마, 언니 등으로 빙의 된 증상을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캐스팅 보도 직후 인터넷은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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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정유미 / 사진=헤럴드POP DB


영화의 원작이 되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된 것.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일상적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을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현재의 페미니즘 세력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이들과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었다. 그런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더욱 거세게 논란이 끓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이전까지 페미니즘 진영에게 비판을 받아왔던 배우 정유미에 대한 반응은 보도 직후부터 반전이 됐다. 오히려 이제는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세력에게 비판을 받게 됐다.

문제는 아직 영화가 제작도 되기 전에 있다는 것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인 작품.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기도 전에 비판부터 제기됐다. ‘버닝’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지만 ‘버닝’의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개봉 전부터 ‘버닝’은 여혐(여성혐오) 작품으로 낙인이 찍혔고, 전혀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비난은 이어졌다. ‘82년생 김지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작 소설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고 영화화할 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유미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과연 이러한 비판이 건강한 비판으로 보여질 수 있을까. 혐오에 대해 비판하며 오히려 논쟁들은 새로운 혐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작품이 가지는 가치를 보고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에게까지 비난의 잣대를 드러내는 작금의 현실은 다소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쯤에서 다시 “나는 인간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유아인의 말을 복기한다. 인간을 탐구하고 표현하기 위해 작품 속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연기는 비판 가능하나 비난할 수 없는 예술이다. 무분별한 비난들이 이어지는 지금의 시기에서 과연 온전한 비판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까. 오가는 논쟁 속 물음들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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