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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질투의 역사', 거창했던 목적과 섞이지 못한 '질투'의 치정극

기사입력 2019. 03. 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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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질투의 역사'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사랑과 전쟁’이 ‘질투’라는 포장을 입은 모양새다.

대학시절 친한 선후배 관계였던 다섯 남녀가 10년 만에 군산에서 재회한다. 반가움도 느끼기 전부터 다섯 사람 사이에서는 미묘하고 불편한 기류가 느껴진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수민(남규리)에게 보내는 나머지 네 인물의 표정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찜찜하다. 과연 이 다섯 남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제 영화는 10년 전으로 무대를 옮긴다. 이 다섯 남녀가 이렇게 변해버린 ‘질투의 역사’가 풀어진다.

영화 ‘질투의 역사’는 제목에서부터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내놓는다. ‘질투’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고, 이 질투가 어떻게 쌓여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그리겠다는 목적. 하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를 연상케 하는 이 거대한 제목이 설정한 목표대로 영화는 흘러가지 않는다. 그저 ‘질투’라는 감정을 이용한 치정극 밖에 그려내지 못하며, ‘질투의 역사’는 로맨스도, 미스터리도, 스릴러도 되지 못한다.

‘질투의 역사’에는 다섯 인물이 등장한다. 비밀에 싸인 후배 수민과 그녀의 첫사랑 선배 원호(오지호), 수민의 곁을 맴도는 선배 홍(김승현), 수민과 원호의 사이에 개입하는 선기(조한선), 이 모든 관계의 중심에 있는 진숙(장소연)이 그 주인공이다. 일단 인물의 포지션은 꽤나 명료하다. 하지만 ‘질투의 역사’가 놓쳐버린 것이 있으니 바로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촘촘한 감정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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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질투의 역사' 스틸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어가겠다는 포부와 달리 이야기는 평범하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고, 그 사이에 질투심을 느낀 인물들이 등장해 훼방을 놓는다. 그러면서 서로의 관계가 얽힌다.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개 형식과 어딘가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들의 행동은 쉽게 영화에 이해가 가지 않게 만든다. 특히 질투를 빌미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게 10년 뒤 나타나는 한 인물의 설정은 서사에 너무나 큰 구멍이 된다.

영화는 다섯 인물들이 가지는 질투심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잘못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한 주연이 큰 구멍을 만들어버리면서 설정들이 마구 뒤엉킨다. 결국 사건의 원인은 큰 구멍으로 쏠린다. 다양한 인물상과 감정선들을 그려내겠다는 의도도 그렇게 뒤가 꿍해진다. 여기에 집중을 방해하는 과거 1970년대 신파 영화적 서사과 문어투 대사들까지 등장하고, 교수의 추천으로 유학을 다녀와 시간제 강사 자리까지 차지한다는 무지막지한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관객을 당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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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질투의 역사' 스틸


그러면서 ‘질투의 역사’는 갑자기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초월하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이때부터 ‘질투의 역사’는 ‘질투’라는 주제에서 더욱 멀어진다. 수민이 질투를 느끼는 이유와 그녀가 다른 이로부터 질투를 유발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TV프로그램인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 하는 사건들만 이어진다. ‘사랑과 전쟁’은 어쨌든 인물의 뒷이야기를 풀어주지만 ‘질투의 역사’는 인물들이 선택을 하는 이유도 명확하게 풀어놓지도 않는다.

물론,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꽤 인상 깊다. 짙게 립스틱을 칠하고 뇌쇄적으로 관객에게 ‘넌 어떻게 살았어? 너라면 어쩌겠니?’라는 질문을 던지는 수민의 모습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에서 이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은 채로 관객에게 갑자기 던지는 질문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단지 마지막 장면을 위해 90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는 느낌이 크다. 문제는 그 90분간의 서사도 서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영화 ‘질투의 역사’를 통해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질투로 인하여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논하고 싶었다”는 정인봉 감독. 마치 ‘데자뷰’를 느끼는 것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와 서로 섞이지 않는 캐릭터와 상황,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균질하지 않은 장면의 온도차는 관객이 깊은 이야기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선다. 메시지보다 ‘질투의 역사’가 과연 관객들의 공감부터 이끌어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건이다. 오늘(14일) 개봉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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