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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기승전?’

기사입력 2021. 01. 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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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입후자들.


# 기(起) ‘인물론’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투표일 1월 18일)는 그것이 옳든, 그르든 시작부터 ‘이기흥 대 반(反) 이기흥'의 구도로 짜여졌다. 애초부터 ‘선거에서 정책이 중요하다‘는 진부한 진리는 잘 통하지 않았다. 하기사 우리네 정치도, 인물, 지역감정, 이념 등이 정책을 압도해왔으니 낙담할 이유는 없다.

‘인물론’ 프레임이라면, 디펜딩챔피언 이기흥(기호3, 현 회장)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수비에 나서고, 이종걸(기호1), 유준상(기호2), 강신욱(기호4, 이하 호칭 생략)은 ‘체육적폐 청산’을 기치로 이기흥을 공격하는 양상이 자명하다. 이것은 이기흥에게 유리하지 않다. 많은 체육인들이 지난 4년간, ‘이기흥 대한체육회’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체육계 입김이 센 여당의 중진의원도 ‘반 이기흥’ 진영에 가세했다.

# 승(承)1 ‘정치 대 체육’

체육의 속성 중 하나가 결과의 예측불가능성이다. '체육 선거'답게 선거양상은 시작부터 이상하게 흘렀다. ‘반 이기흥’ 세력의 단일화 및 후보등록은 잘 알려진 대로 유력후보의 막판포기, 대타 등장, 잠깐 단일화, 번복 등 한마디로 촌극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선거판도는 ‘이기흥 심판론’이 아닌, ‘정치인들의 체육계 개입’으로 바뀌었다. 체육인들이 반발하며 ‘이기흥 대세론’이 더 강해졌다. 부가적으로 이종걸의 하루짜리 지지를 받았고, 하키와 인연을 내세우며 ‘정통 체육인’으로 자칭한 강신욱의 주가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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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후보의 선거 공보물 중 하나.

# 승(承)2 ‘다시 인물론으로’


지난 9일 열린 후보자 정책토론회는 예상대로 정책은 양념이고, 본질은 ‘이기흥 때리기’였다. 강신욱 후보는 시작부터 이기흥의 골프시타와 로비의혹을 사진과 함께 제시했다. 다만 두 가지 모두 익히 잘 알려진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토론회 내내 이렇다 할 인상을 주지 못했고, 심지어 ‘카드깡’ 발언으로 이후 지도자들의 잇단 항의성명을 나오게 만드는 등 자충수를 뒀다.

‘한방’은 역시 5선의 국회의원 출신인 이종걸로부터 나왔다. 많은 준비를 한 것처럼 토론 주체를 무시한 채 뜬금없이 이기흥의 범죄경력과 직계비속(딸)의 체육단체 위장취업 의혹을 터트렸다. 역시 정치인다웠다. 즉시 이기흥의 분노에 찬 반박이 나왔고, 분위기를 달궈졌다. 지켜보던 유준상도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이종걸을 거들었고, 지난친 긴장과 위축으로 강신욱은 가세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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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강신욱 후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 공격 아니라 수비에 바쁘다.


# 전(轉) ‘실력이 드러난 난타전’

이기흥은 토론회 당일 선거관리위원회(및 운영위원회)에 이종걸의 발언을 제소했고, 지난 12일에는 이종걸과 이기흥이 각각 ‘직권남용 및 공금횡령’과 ‘무고’로 경찰에 서로를 고발했다. 비켜서 있던 유준상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체육회가 이기흥을 위해 부당하게 입후보자격요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신욱은 ‘카드깡’ 발언 후폭풍에 대응하느라 바빴다. 오히려 이기흥으로부터 사과하고 사퇴하라는 역공을 받았다.

난타전의 핵심은 이기흥이 직권을 남용해 딸의 사익을 취했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당장에 이기흥이 사퇴해야 할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핵심이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종걸 측은 기자들의 팩트체크 요구에 제보자 보호를 이유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기흥은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3개 단체로부터 그런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 고발장에 첨부했다. 이러면서 이종걸 캠프에서는 내분이 발생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종걸 측의 A 씨는 “서로 다른 층을 쓰는 선거사무소 내에서 ‘누가 그런 취약한 정보를 후보에게 제출했느냐’를 놓고 책임론이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캠프에 체육쪽 사람들보다는 정치쪽의 선거꾼들이 많은 거 같다”고 귀띔했다.

반면 이기흥 캠프는 희색이 만연하다. B 씨는 “사실 토론회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특히 다른 후보들의 과거발언 등 네거티브 자료도 다수 준비했다. 하지만 후보가 이를 토론회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다른 후보들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아주 잘됐다는 것이 캠프의 자체 평가”라고 설명했다. 부담스러웠던 2차 토론회도 ‘난장판’을 이유로 자연스럽게 거부할 수 있게 돼 만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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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유준상 후보의 게시물. 이기흥, 이종걸 두 호보를 모두 비핀하고 있다.


# 결(結) ‘다시 단일화?’

이쯤이면 선거의 중간평가는 반 이기흥 쪽의 기대이하라고 할 수 있다. 이종걸은 짧은 준비기간 탓인지 체육의 디테일을 숙지하지 못하고, 어설픈 공격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체육정책과 이기흥 비판에서 기대가 컸던 교수 출신의 강신욱은 말실수로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 급하게 됐다. 유준상은 혼자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캠프의 실력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파상공격으로 피곤해야 할 이기흥은 상대의 잇단 실수에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오히려 쏠쏠한 공격으로 승기를 굳히고 있으니 말이다.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천운이 따른다’는 이기흥이 2016년 신승에 이어 2021년 압승을 거두게 될까? 마지막 관건은 판세불리를 절감하고 있는 ‘반 이기흥’의 세 후보가 극적으로 막판 단일화를 이루느냐가 아닐까 싶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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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후보 측이 정책토론회 때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다가 정작 사용하지 않은 판넬들. [사진=이기흥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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