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욱 뉴델리KBC 과장
인도가 다국적기업의 ‘역혁신 전략’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역혁신(Reverse Innovation) 전략이란 신흥시장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만든 제품을 선진국의 저소득층 시장용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인도 시장을 목표로 출시된 제품들 중 일부가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세계시장에서 인도산은 요가(yoga), 아유로베다(Ayurveda) 등 전통적 문화상품류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도에서 개발된 자동차, 모바일, 식품 등 다양한 현지화 된 상품이 세계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또 인도는 엔지니어 기술이 날로 향상되고 있어 엔지니어 및 디자인 기술의 공급자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인도는 다국적 식품 업체들에게 대표적인 기술혁신 시장이다. 선진국에 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맥도날드, KFC, 도미노, 펩시코, 네슬레, 클락소스미스클라인 등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업체들이 인도에 식품기술개발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인도의 맥도날드는 종교 환경을 고려해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은 버거, 감자 패티를 넣은 버거 등 현지화 메뉴가 60%에 달한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개발한 이들 메뉴는 5년전서부터 중동지역에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유럽 등 선진국에도 진출했다.
KFC는 인도에서 개발한 ‘크러셔(초콜릿, 쿠키, 커피, 우유 등을 얼음과 함께 간 찬 음료)’를 세계 각 KFC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인도 모바일시장 점유율 1위의 노키아는 인도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교육서비스와 농업 정보 제공을 위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오비 라이프 툴(Ovi Life Tools)’를 미국 히스패닉 시장용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는 인도에서 고성능 의료용 영상기기에 대한 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자, 저렴하면서 이동이 쉬운 소형 심전도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 모델은 미국을 포함해 50여개국에도 출시돼 틈새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인도 대표기업 타타(Tata)는 저소득층 시장을 대상으로 출시한 저렴한 국민차 ‘나노(Nano)’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타타 나노 유로파(Tata Nano Europa)’를 2011년에 영국을 포함한 유럽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며, 2013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포드,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차 메이커들은 인도를 저가 소형차 생산기지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포드가 2년간 개발 끝에 인도에서 출시한 ‘피고(Figo)’는 내년부터 멕시코, 북 아프리카, 중동 등 50여개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소형차 라인이 없던 도요타가 4년여 동안의 연구개발을 마치고 저가형 소형차 에티오스(Etios)를 출고할 예정이며, 2012년에는 이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에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인도시장에서의 성공이 선진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기고 있다. 인도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검증한 뒤 세계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에서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및 선진국 저소득층을 겨냥한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기업 간 자원과 인재 등의 확보를 위한 경쟁도 더욱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