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목마름은 비단 대기업 만의 화두가 아니라 모든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사실은 헤럴드경제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국내 10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설문에 응한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 이상(21.4%)이 올 한 해 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경영과제로 신성장동력 발굴을 첫 손에 꼽았다. 일자리창출(20.8%), 협력사와의 동반성장(19.3%), 투자 및 연구개발( 12.3%), 리스크관리(7.8%), 기업의 사회적책임 등 나눔경영(6.2%) 등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절박함에 있어 신성장동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성장동력 발굴의 항목에 대한 응답은 업종별로는 특성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었다. 일반기계·부품·정밀기기·소재, 가전·정보통신·전자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기타 제조업(섬유,생활용품 등)과 광업에서는 낮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주력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신성장동력 발굴을 시급하게 여기는 이유는 2011년 경영상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서 답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경영계획을 짜고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리스크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영업환경 악화(21.3%)를 지목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영업환경 악화 못지 않게, ’기업 자체의 성장 한계’(20.6%)를 걸림돌로 꼽은 응답이 많았다는 점이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생존을 보장받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환율 리스크의 항목에 대한 응답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대체로 비슷하게 응답한 반면, 기업 자체의 성장 한계성의 항목에 대한 응답에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국내산업은 IT와 전통주력업종에 편중돼 있고 중국 시장의존도가 높으며 단품 위주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끄는 주요 그룹 총수들도 이 같응 점을 인식해 올해 신묘년 신년사에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한결같이 강조했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 해 첫 날, 그룹 총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일성 이면에는 경쟁력 있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하면 천하의 재벌기업이라도 앞날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있었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 자리를 채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한 해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5년, 10년 후를 보면서 기존 사업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잘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계속하자”고 강조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프레임을 바꿔 먼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말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절박함을 내비쳤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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