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공판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어떤 자금도 준 적 없다”고 말을 바꾼 한신건영 한만호(50) 전 대표의 진술이 위증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한씨 역시 “검찰 조사 때 한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공판에서 검찰은 한씨가 교도소·구치소에서 모친과 면회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이 녹음된 육성 CD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사본, 계좌추적 결과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CD에는 2009년 5월 한씨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이미 2억원을 돌려받았던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더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모친에게 털어놓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2007년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모(51.여)씨에게 수표 1억원을 포함한 3억원을 빌려줬다가 이듬해 2월 회사 부도로 2억원을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던 한씨의 지난번 증언이 거짓임을 확인시키는 결정적 증거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한씨의 모친이 5월18일께 구치소에서 한씨를 만나 “내가 ○○이(김모씨)한테도 전화해봤더니 (한)명숙이가 미국 가 있대. 그래서 10여일 뒤 들어오니까 상의해서 연락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말한 내용도 CD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한씨가 번복한 진술대로라면 2009년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받을 돈은 1억원에 불과했는데도 실제로는 ‘3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볼 때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건넨 돈은 최소 5억원 이상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씨와 주변 관계자들을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검찰은 또 한씨가 구치소에서 동료 수감자에게 “검찰에서 진술한 게 사실인데 법정에서 이를 뒤엎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동료 수감자 등 6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아울러 2008년 1월 한 전 총리의 계좌에서 발행된 100만원짜리 수표 30장 가운데 일부는 모 정치인에게 전달됐거나 22장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이에 한씨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려고 (받은 돈이 더 있는 것처럼) 오버한 것”이며 “어머니는 (허위내용이 많은) 채권회수목록 등에 근거해 한 전 총리에게 빌려준 돈이 많다고 오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도 “적법한 수집 절차를 밟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는 CD를 법정에서 재생할 수 없다”며 검찰의 추가 증거 신청에 제동을 걸었지만, 검찰은 한씨 모자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법정에서 그대로 읽었고 재판부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건설업자 한씨로부터 3회에 걸쳐 현금 4억8000만원, 미화 32만7500달러, 1억원권 자기앞수표 1장 등 총 9억7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과 검찰 간 치열한 공방으로 자정이 넘어서야 종료됐으며 다음 공판은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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