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일까.
새해 초부터 각국에서 새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잇단 동물들의 떼죽음이 성서적 ‘종말의 징조’라는 시각부터 비밀 무기 시험 같은 화학물질과 관련된 ‘음모론’, 지구 자기중심의 이동,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충돌 등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각종 미신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
▶새 수천마리 떼죽음...스트레스ㆍ폭죽소리때문?
새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한 것은 현지 날짜로 1일로, 이날 미국 중남부 아칸소주 소도시 비브에서 새해 전날 심야에 떼죽음을 한 찌르레기 1000여 마리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지붕과 마당에 쌓였다. 1일 현재 모두 4000~5000마리의 찌르레기 사체가 발견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죽은 새들은 반경 약 2㎞ 지역에 떨어졌으며, 이 지역 밖에선 새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아칸소주 수렵 당국은 설명했다.
이 떼죽음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칸소주 수렵위원회의 조류학자 캐런 로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며 “새들이 번개나 우박을 맞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31일 오전 강한 폭풍이 아칸소주를 지나갔었다.
또 새해맞이 폭죽놀이에 놀란 새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수렵 당국은 설명했다. 조류학자 로는 2일 오래 지속된 대규모 폭죽놀이가 새들의 떼죽음에 작용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아칸소주 수렵 당국은 정확한 사인 조사를 위해 새들의 사체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으나, 로는 이런 류의 일은 “통상적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죽은 물고기 떼도 출현...질병때문?
같은 날 아칸소주 북서부 아칸소강에서 발견된 죽은 물고기 떼는 한 어종에만 국한됐다는 점에서 질병과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지역은 찌르레기 떼가 떨어진 비브시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져 있기 때문에 두 사건에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한편,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두 사건을 놓고 온갖 추측과 가설이 나오면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새와 물고기의 떼죽음이 성서적 종말의 징조라는 생각부터 비밀 무기 시험 같은 화학물질과 관련된 음모, 지구 자기중심의 이동,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충돌 등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각종 미신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죽은 새 수백마리 낙하...전염병때문?
불과 4일 만에 또 미국에서 죽은 새 수백 마리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푸엔트 쿠페이 패리시에서 붉은어깨찌르레기 약 500마리가 죽은 채 도로에 떨어졌다고 주 당국이 밝혔다. 당국은 사건 후 곧 바로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주 야생동물ㆍ어로국의 올리비아 왓킨스는 “미주리에 있는 연구소로 검체를 보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는 며칠 후 나올 예정이다. 죽은 새 소동은 인근 아칸소주에서 죽은 새 수천 마리가 떨어진 지 사흘 만에 비슷한 기현상이 또 발생한 것으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류 떼죽음 현상은 먹이부족과 폭풍, 질병, 살충제, 인공구조물과 충돌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일 아칸소강에서 죽은 물고기 8만~10만 마리가 떠오른 사건도 찌르레기 떼죽음과 무관한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죽은 물고기는 모두 같은 종으로 확인돼, 전염성 질환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뉴질랜드서 도미 떼죽음...굶어죽었다?
미국에서 새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 이어 뉴질랜드에서는 죽은 도미 수백 마리가 해변에 올라와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에 있는 코로만델 지역에서 4일 오후 여름휴가를 즐기던 사람들에 의해 크고 작은 도미 수백 마리가 죽어 해변에 올라와 있는 것이 발견됐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리틀 베이와 와이카와우 베이 해변에서 바다에 들어갔던 아이들이 도미들을 한 아름씩 들고 나온 것을 보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해변은 바닷물에 밀려온 죽은 도미들로 뒤덮였다. 리틀 베이 지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살아오고 있는 샬럿 피어샐은 이번과 같은 일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천외한 일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피해였다”며 “그 정도면 코로만델북단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고 말했다.
쌍안경을 가진 사람들은 “쌍안경으로 볼 수 있는 거리 안에는 해변이 도미들로 뒤덮여 있었다”고 말했고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던 사람들은 “해안선을 따라 죽은 고기떼들이 바다를 덮고 있었다”고 말했다.
피어샐은 “우리는 처음에는 도미를 공짜로 주어 먹는가보다 생각했는데 눈을 보니 눈동자가 탁해져 있었고, 새들이 물고기들에게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눈이 없어진 물고기들도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곧바로 자연보호부에 전화로 신고를 했는데 자연보호부 관계자들은 “기상조건때문에 물고기들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했다며 하지만 “도미들이 대부분 크고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런 설명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업부는 현재 물고기들의 떼죽음을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