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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회장 연이은 “일본 배우자” 왜?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일본 출국길에서 또다시 ‘일본 배우기’를 강조해 주목된다. 고도성장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일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삼성, 나아가 한국기업은 일본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지속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재계 대표 ‘아이콘’의 의중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3월 도요타 위기 등과 관련해 ‘위기론’을 들고 경영에 컴백한 이 회장은 오만과 자만심을 경계하자는 특유의 화두를 제시해 왔다. 이는 일본에 대한 벤치마킹과 반면교사 중요성의 두 메시지가 근본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고, 소니의 브랜드를 일찌감치 추월했지만 일본 특유의 부품소재 경쟁력과 저변에 깔린 중소기업의 최강 기술력 등에선 아직도 한국이 멀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경영 후반기 핵심 모토로 삼은 이 회장으로선 일본의 기초 부품 경쟁력이 여전히 부러운 대상이다. 이에 삼성 경영에 부단한 채찍과 끊임없는 미래성장 동력 창출 의지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치열한 글로벌환경에서 경쟁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게 이 회장의 철학”이라며 “원칙과 근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1, 2등 순위는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언제나 1등이었던 일본 기업이 한순간 방향감각을 잃고 잃어버린 10년 속에 빠져있었지만, 뿌리부터 강한 기술력을 갖고 있기에 늘 존중하고 경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경외감이 이 회장 가슴 속 깊숙이 간직돼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이 회장의 철학은 지난해 ‘일본 배우기’ 릴레이성 발언의 배경이 됐다. 이 회장은 경영복귀 후 2주만에 가진 일본 기업인과의 회동에서 “삼성이 몇년간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일본 기업으로부터 더 배워야 한다”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귀국길에선 거꾸로 일본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그럴수록 앞만 보고 (경영을)해야겠죠”라며 자만을 경계했다.

이같은 ‘일본 존중’은 삼성가(家)의 전통이기도 하다. 선대인 고(故) 이병철 회장때부터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일본 기업은 벤치마킹이자, 극복의 대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는 소니와의 협력 등 삼성 경영의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본기업의 동향은 삼성 경영의 모티브라는 평가다. 고 이병철 회장이 오늘날 삼성을 있게 한 반도체 진출 구상을 한 곳도 도쿄이며, 이 회장의 93년 신경영 출발지도 도쿄라는 점에서 삼성의 획기적 전환점의 연결고리가 바로 ‘일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일적자의 40%가 부품과 소재 쪽”이라며 “핵심경쟁력 측면에서 아직도 일본은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라는 게 이 회장의 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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