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역사가 아니라 예술로 역사를 서술한다면?
역사가 예술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예술이 오히려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새로운 작업에 도전한 전방위예술가 김정환 씨가 장대한 서사시 같은 세계사‘음악의 세계사’(문학동네)를 써냈다. 음악의 세계사란 이름이 붙었지만 장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음악은 물처럼 흐르고 역사는 음악처럼 흐른다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다. 그런 만큼 그가 서술해가는 역사는 약육강식, 전쟁의 점철이 아닌 다양한 그림이 펼쳐지는 전시장, 혹은 콘서트홀 같다.
6000장에 달하는 그의 음악 역사이야기는 악보가 남아있는 최초의 음악 BC12세기 우가리트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새겨진 ‘신께 바치는 노래’로 시작되지만 당장 읽기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기원전 5000년께 강에서 물을 처음으로 끌어다 쓴 관개의 물소리는 하나의 음악이다. 종교 찬가인 베다가 태어나는 광경은 음악의 안보이는, 그래서 더욱 성스러운 육체를 닮았다, ‘일리아드’는 고통의 향연을 통해 육체의 아름다움이 문명의 아름다움으로 질적 상승한다는 식의 비약적 서술은 우리에겐 낯설다. 앞뒤를 따져가며 시간, 공간적 연관성을 따져 읽는 것도 무리다. 저자의 통찰과 시공을 오르내리는 상상력과 화려한 언어가 빚어내는 빛 때문에 어차피 길을 잃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역사와 예술이 만나는 중요한 지점은 빠뜨림 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기 힘들다. 경직된 역사 서술에 식상했다면 무한한 경지로 이끄는 시적 상상력에 바탕한 역사이야기를 쫓아가보는 것도 새로운 탐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