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반정부 시위로 국가적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의 한국 교민 일부는 폭도들의 약탈을 피해 대사관에서 밤을 지새운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주튀니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교민 44명은 전날 담요 등 간단한 취침도구를 휴대하고 수도 튀니스 시내에 있는 대사관에 모여 밤을 지새우다시피한 뒤 이날 오전 귀가했다.
이들이 대사관으로 피신한 것은 상점뿐 아니라 일부 부유층 주택 등을 노리는 폭도들의 약탈이 성행하고 시내에서 총성이 들리는 등 치안 불안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봉헌 주튀니지 대사는“대사관에서 교민들에게 긴급 공지를 보내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대사관 건물로 피신을 오도록 했다”며 “현재는 임시 대통령이 취임했고 군이 치안을 확보 중이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푸아드 메바자(77) 국회의장은 15일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할 임시 대통령직에 취임한 뒤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에게 여.야 통합정부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는 등 국가적 혼란 사태의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주튀니지 대사관은 현지에서 태권도와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던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요원 47명을 모두 귀국 조치하는 방안을 외교통상부에 건의했다.
튀니지에서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어 봉사 활동을 할 수 있기까지는 앞으로 3개월 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대사관은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전세기로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튀니지 정부는 이번 사태로 폐쇄했던 영공을 15일 재개방하고 모든 공항의 운영을 정상화한다고 발표했으나 여객기들의 결항이나 지연 출발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