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의 23년 독재체제를 몰아낸 ‘재스민 혁명’(튀니지에서 가장 흔한 꽃인 재스민을 본딴 이번 시위의 명칭)의 여파가 인근 아프리카 및 아랍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집트가 ‘넥스트(next) 튀니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당국이 치안을 강화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튀니지의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의 사우디 망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프리카와 아랍권 각국의 시민들은 이를 축하하며 자국의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15일 요르단과 카이로, 암만 등지의 튀니지 대사관 밖에선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몰려와 튀니지 독재정권 붕괴를 축하하며 시위를 벌였다. 요르단의 정치분석가 라비브 캄하위는 튀니지 시위에 대해 “국민들이 참을 만큼 참았다는 사실을 지도층에 깨닫게 하는 종이 울리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개혁을 원하며 부패와 족벌주의 타파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선 호스니 무바라크(82) 대통령의 30년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시민 수십명이 카이로의 튀니지 대사관 앞에서 “벤 알리, 무바라크에게도 그를 위한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집트 반정부 운동가인 모하메드 압델-퀴도스는 “다음은 이집트 차례이며 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수단의 야당지도자 마리암 알-사디크는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것은 기쁘지만 수단 국민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슬프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 역시 쿠데타로 집권한 뒤 20년 넘게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밖에 프랑스에서는 200여명의 시위대가 튀니지 국기가 그려진 망토를 걸치고 거리행진에 나섰고 브뤼셀에선 튀니지인 500명이 벨기에 주식거래소 앞에 모여 국기를 흔들며 국가를 부르는 등 축하를 벌였다. 혁명에 도화선이 된 것으로 알려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서도 프로필 사진에 튀니지 국가가 내걸리는 등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벤 알리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 붕괴가 인접국 독재자들에게 “영원히 계속되는 권력이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인접국 정부들이 ‘시위 도미노 현상’을 우려해 치안을 강화하고 있으나 정치개혁 바람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인접국들은 자국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튀니지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아랍권 22개 국가로 이뤄진 아랍연맹(AL)은 15일 튀지니 국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적 합의로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프리카연합(AU)도 이날 성명을 통해 폭력을 규탄하고 안정과 화합을 호소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