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분위기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 이어 1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번 회담의 꽃으로 불리는 백악관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총지휘하에 마련된 만찬은 미국식 메뉴와 음악이 제공됐으며, 삼엄한 경비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긴장감과 웃음이 공존한 정상회담과 기자회견=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식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이날 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오후 1시27분께 두 정상이 회견장에 입장하면서 시작, 오후 2시34분께 끝났다. 비교적 밝은 표정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농담을 종종 섞어가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담 결과를 전했고, 이 때문에 5~6차례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그는 후 주석의 다음 방문지가 시카고라는 점을 감안한 듯 “후 주석이 내 고향 시카고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매우 기쁘다. 후 주석은 한겨울에 시카고를 방문할 만큼 용감하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좀처럼 기자들의 질문을 직접 받지 않던 후 주석 역시 다소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시종일관 침착하고 유연한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 주석이 공개적으로 질문을 받는 것은 2005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과의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한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환영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연설문 마지막에 “미 합중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면서 중국어로 “환잉(歡迎)”이라고 말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백악관 만찬은 미국 스타일=이날 저녁 열린 후 주석을 위한 국빈 만찬에는 225명이 초청됐으며, 메뉴와 만찬 음악 등은 모두 미국식이었다.
인도 총리와 멕시코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에서는 야외인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만찬이 이뤄졌지만, 이번 만찬은 백악관 내에서 진행됐다.
메뉴는 뉴잉글랜드 주 메인산 랍스터, 등심스테이크, 감자,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얹은 애플파이 등 4~5종류가 올려졌다. 정상들은 스테이트다이닝룸에서 만찬을 하고 각 룸에는 이를 지켜볼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됐다.
관례대로 미셸 오바마가 식단 및 회의장 배치, 초대자 명단 등 만찬과 관련된 모든 것을 총지휘했다. 식재료는 백악관 정원에서 재배된 꿀과 채소 등이 쓰여 평소 건강식을 강조하는 미셸 오바마의 식생활이 돋보였다.
이전 만찬과 달리 외부 주방장은 초대되지 않았으며, 필리핀 이민자 출신의 백악관 수석 주방장 크리스티나 커머포드와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인 윌리엄 요세스가 정성 들여 음식을 준비했다.
초대 손님으로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스타 야오밍(姚明), 홍콩 액션 배우 청룽(成龍) 등과 화교인 리멍셴(李孟賢)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관리전(關麗珍) 오클랜드 시장 등 미국 내 유명 중국인 인사들이 참석했다. 중국계 여성 디자이너 베라 왕, 첼로 연주자 요요마 등도 모습을 드러냈으며, 재계 인사에선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음악은 재즈피아니스트 허비 행콕, 트럼펫 연주자 크리스 보티,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 재즈 보컬리스트인 다이앤 리브스와 디 디 브리지 워터가 달콤한 재즈 선율을 선사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