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竹山) 조봉암이 사형 집행 52년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른바 ‘조봉암 사건’은 헌정 사상 첫 ‘사법살인’으로 평가돼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고 1959년 7월, 형이 집행된 조봉암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48년 건국 후 초대 농림부장관과 1ㆍ2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봉암은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접전 끝에 낙선했다. 이승만 정권은 이후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1959년 사형에 처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7년 이 사건을 이승만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저지른 조작사건으로 결론내린 뒤 재심 권고를 결정했다. 재심 청구는 이듬해 죽산의 장녀 조호정씨가 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9일 이 사건 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며, 재심범위는 1959년 2월27일 대법원 판결 중 유죄 부분(간첩죄, 국가보안법위반죄, 법령제5호위반죄)다.
대법원은 재심 사유에 대해서는 “죽산이 군부대에서 간첩 활동을 하거나 군인·군속이 아닌 일반인임에도 육군특무부대가 입건, 심문하는 등 법령을 위반해 직권을 남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심은 애초 형을 정한 원심에서 맡아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하급심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이 직접심리를 통해 선고한 첫 사건으로도 기록됐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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