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일이 예부터 적지 않다. 하지만 화투나 마작 등 비교적 단순했던 도박 수단이 오늘날 더 다양화하면서 도박 중독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현대판 카지노의 화려한 불빛은 일확천금 유혹의 뿌리를 한없이 깊게 한다.
거액 도박 혐의로 5개월간 타국에서 방황하던 연예인 신정환 씨가 죗값을 받겠다며 19일 귀국했다. 같은 날 감사원은 지난 3년여간 강원랜드 카지노를 무려 60회 이상 출입한 공직자 370여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신 씨는 외국에서 오명을 날리고 공직자들은 국내 공직 기강을 흔들어놓았다. 이들이 개인 재산을 날린 것까지 지적할 여유는 없지만 이들의 중독성 도박이 소속 공동체에 미칠 악영향은 헤아리기 어렵다. 신 씨는 나라와 연예인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공직자들의 경우 세금에서 나간 봉급이 아깝다.
특히 1급 1명 등 고위 간부를 포함한 공직자들이 평일 중 카지노를 찾음으로써 공직 사회의 근무 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중 한 사람은 600여회, 또 한 사람은 400여회를 방문했다. 이들이 과연 자기 돈으로만 노름했는지부터 조사해야 하고 근무시간 중 어떻게 카지노 출입이 가능했는지 따져 소속 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정도 도박 중독자가 몇 년씩 자리를 이틀 사흘꼴로 이탈하는데도 몰랐다는 것은 소속 기관장의 무능 또는 무책임을 의미한다. 그 정도 되면 상하 동료들조차 모르기가 어렵다.
이참에 강원랜드 등 카지노 운영 방식에도 손댈 필요가 있다. 단골손님들의 동향은 누구보다 카지노 쪽에서 파악하기 쉽다. 예컨대 고액을 늘 따가는 고객을 요주의 인물로 관리하듯이 매일 깨지거나 번질나게 드나드는 인물들도 모르지 않는다. 루저 상대로 돈을 빌려주기까지 하는 세상에 정상적인 카지노 관리자라면 파탄 상태의 고객은 소속사나 가족에게 통보해주는 최소한 예의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게 바로 사회적 기업 또는 복지 확대로 건전한 자본주의 경제를 지켜가듯이 도박장을 건전하게 오래 끌고 갈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박 공직자들이 넘쳐나는데도 일손 부족이라고 공무원 증원을 요청하는 큰 정부 지향의 좌파들이 면목없게 됐다. 올해는 물가 안정을 위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MB정부 선심으로 공무원 봉급은 5% 이상 오른다. 그 돈을 도박으로 탕진시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