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FM ‘배한성 배칠수의 고전열전’의 한 대목이다. 배추값 파동과 전세값 폭등, 배우 현빈의 해병대 입대까지, 조조와 유비, 제갈량 등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생생한 메시지를 풀어낸다.
지난 2009년 10월 저조한 청취율과 높은 제작비 문제로 폐지된 ‘격동 50년’에 이어 라디오 드라마 ‘고전열전’이 꼭 1년만에 부활했다. ‘라디오 드라마는 올드(old)하다’는 편견을 깨고 장년층과 젊은층을 동시에 사로잡는 두 주인공, 배한성과 배칠수를 여의도 MBC ‘고전열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형사 콜롬보, 가제트, 맥가이버의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배한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 스마트폰으로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듣는 ‘팟캐스팅’ 분야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꺾고 1위에 올랐다”고 자랑했다. ‘고전열전’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MBC 다시듣기 서비스에서도 매달 30%씩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라디오 드라마가 뉴미디어를 통해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대모사의 달인이라 불리는 배칠수는 20~30대 젊은층에서 떠오르는 라디오 스타. 10여년 전 ‘배철수의 만화열전’에 이어 ‘고전열전’에 도전한 그도 “원고를 읽으면서 춘추전국시대와 요즘 세태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은 나라들이 모여서 치열히 경쟁하는 가운데 배신과 사랑, 용서와 복수 등 삶의 가장 기본적인 코드들이 등장한다. 그런 공통분모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열전’의 성공은 라디오국과 성우들이 1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격동 50년’의 폐지 소식을 듣고 막연한 충격을 받았다”는 배칠수는 “성우들에게 라디오 드라마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돌아가야 하는 고향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폐지 당시 제작비 문제가 주로 거론됐지만, 그보다는 정치사회적 변화와 청취자들의 취향 변화가 더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민주화가 된)요즘은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직접적인 풍자에 더이상 청취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함께 살아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세태풍자에 청취자들은 더 크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한국성우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배한성도 “지난 1년간 많은 성우들이 방송 관계자들을 만나 라디오 드라마가 부활해야하는 이유들을 설명했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존재하는 한 장르의 다양성을 위해 라디오 드라마는 반드시 존재해야하며, 접근 방식만 바꿔도 얼마든지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장년층과 젊은층, 배한성과 배칠수, 아버지와 아들이 라디오와 스마트폰으로 함께 듣는 ‘고전열전’은 비단 삼국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삼국지편이 끝나면 서유기, 초한지, 수호지 등으로 상상의 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고전열전’의 김승월 PD는 “향후 오디오 CD, DVD 등 관련 상품을 발매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