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 의약품이 포함된 비만치료제를 진료 없이 전화 주문만 받고 택배로 배송한 의사와 약사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3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산부인과 원장 장모(61)씨와 약사 이모(59)씨, 서모(47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2001년부터 산부인과에서 비만 치료를 하면서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지방 거주자, 직장 여성, 해외 유학생 등 1964명이 비만치료제를 받고 싶다고 전화나 팩스를 보내오면 진료도 하지 않고 향정신성 의약품인 펜타민이 포함된 8~12종의 약 처방전을 내줬다.
장씨의 지시를 받은 간호조무사는 약사들에게 이를 전달했고, 이씨와 서씨는 진찰없이 작성된 처방전임을 알면서도 약을 제조해 건네줬다.
장씨는 이를 주문한 환자들에게 택배로 배송한 후 진료비와 약값을 약사인 서씨와 이씨 명의 계좌로 받았다. 장씨의 장부에 따르면 진료비는 1회마다 1만원~1만500원선이었고, 약사의 1주일분 조제비는 5300원, 약값은 2만500원~3만원으로 나눠 놓았다.
불법적으로 약을 조제한 대가로 서씨와 이씨는 84명으로부터 326회에 걸쳐 약값으로 3200만원 상당을 계좌로 입금받았다. 비만치료제를 택배로 받았다는 복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강남의 한 퀵서비스 업체가 비만치료제를 배달한 기록만 587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향정신성 식욕 억제제는 복용 기간이 3개월을 넘길 경우 심장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살 빼는 약은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은 이후에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