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낙선운동’과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나오며 극심한 홍역을 앓던 이슬람채권(수쿠크) 법안이 마침내 공식 토론의 장에 오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갖는다.
여야 의원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쪽, 금융전문가를 비롯해 이슬람 자금 유치를 희망하는 자본시장 관계자, 이 법안에 극렬히 반대해온 기독교단체 대표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이날 공청회는 특정 단체 및 찬반론자들의 난입 등 혼란상황을 막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청회는 국회 기획재정위가 오는 7일 전체회의 심의에 앞서 사전 검증작업을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뜨거운 감자를 손에서 놓으려는 의원들의 ‘출구전략’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입장 표명이 이미 살벌한 수준까지 이른 상황에서 뒤늦은 공청회가 상황을 반전시킬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무산될 경우 현 정부 내에서 다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4월 재보선에 쏠린 상황에서 공청회뿐만 아니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슬람채권 비과세 법안은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투자수익을 임대료나 배당금 형태로 받는 이슬람채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고려, 이슬람채권의 투자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하고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려는 지극히 경제적 이유에서 시작됐지만 이슬람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종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작년 연말 국회 재정위 조세소위까지 통과한 이 법안은 결국 전체회의를 앞두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찾아가 정부의 입법화 취지를 호소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이슬람 금융시장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일반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국내 금융회사에 수쿠크 채권을 발행해야만 가능하다고 통보, 국내 금융회사들의 오일머니 유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슬람 금융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추세”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수쿠크 법안은 계류 중인 다른 많은 법안들과 함께 국회에서 먼지가 쌓여갈 것으로 보인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