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는 현재 여의도, 밤섬, 선유도, 노들섬, 서래섬 등 5개의 섬이 남아 있지만, 잠실도, 부리도, 무동도, 난지도, 저자도 등 5개는 역사의 부침과 함께 사라져 간 섬들이다. 섬은 아니지만 섬과 닮았다고 해서 섬으로 불린 뚝섬도 있다.
여의도는 한강 흐름에 따라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섬이다. 갈수기에는 밤섬과 백사장으로 연결됐다. 모래가 많은 쓸모없는 벌판이었지만, 일제강점기인 1916년 이곳에 간이비행장이 건설되며 일반에 알려졌다. 1970년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국회, 아파트, 방송국, 기업체 등이 들어서 서울 중심지 중 하나가 된다.
밤섬은 모양이 밤처럼 생겨서 밤섬이다. 원래 독립된 섬이었지만 여의도의 퇴적물이 점점 늘면서 여의도에 이어졌다. 밤섬 동쪽 절벽은 ‘작은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웠다고 한다. 이 섬은 1968년 한강 흐름을 좋게 하고, 여의도 제방 쌓는데 필요한 잡석 채취를 위해 폭파됐다. 이때 중심부가 집중적으로 파헤쳐져 윗밤섬, 아랫밤섬으로 나뉘었다가, 지금까지 20여년간 다시 퇴적물이 쌓이고 나무와 풀이 우거져 요즘은 도심 속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다.
선유도는 원래 당산동과 이어진 높이 40m 내외 작은 언덕으로 선유봉이라 불렸다. 한강 8경 중 하나로 꼽히며 수많은 시화에 등장할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지만, 일제강점기인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 제방을 쌓기 위해 암석을 채취하면서 평탄화된다. 1940년대 여의도 경비행장 건설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이용돼 섬은 이때부터 거의 평지가 됐다.
1962년 제2한강교 건설 이래 1978년 정수장 준공, 1999년 공원화되면서 현재의 선유도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노들섬은 원래 이촌동까지 이어진 모래벌판이던 것을 일제강점기 철제인도교를 건설하면서 주변 모래를 모아 언덕으로 쌓아올리면서 섬이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모래밭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사촌(沙村)’으로 불렸으며 이곳에서 바라 본 일몰 풍경이 아름다워 용산 8경에 들기도 했다.
서래섬은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있는 인공섬으로 매년 5월 ‘한강나비ㆍ유채꽃 축제’가 열리며, 현재 3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잠실도는 197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한강 본류인 송파강을 메우고, 한강 범람으로 생기는 신천강을 본류로 삼는 공사를 통해 ‘육지’로 거듭난다. 이 일대의 부리도, 무동도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메워진 지역이 현재의 잠실동과 신천동 일대이며, 덜 메워진 옛 한강 본류의 흔적이 현재 석촌호수로 남았다. 매립 공사로 잠실도에 가득했던 뽕나무는 몽땅 사라졌고, 상신제(桑神祭)를 올렸던 500년 넘은 뽕나무도 사라졌다고 한다.
한강 지류 모래내와 홍제천 불광천이 만나는 지점에 퇴적물이 쌓여 생긴 섬은 난초와 지초가 자란다고 난지도라 불렸다. 1977년 제방공사 후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돼오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흙을 덮어 ‘친환경’ 월드컵공원으로 조성됐다.
금호동과 옥수동 남쪽 한강에 있던 모래섬, 저자도는 조선 왕실 소유의 섬으로 기우제를 올리는 장소였으나 1970년대초 압구정동 개발에 토사가 사용되면서 사라졌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