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사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의 잠수함 공격을 미리 탐지하는 우리 군의 능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제2의 천안함’ 도발을 감행할 경우 올해에도 똑같이 당할 수 있는 얘기다.
천안함 폭침 후 지난 1년간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정에 또다시 기습당하지 않기 위해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의 대잠 작전능력을 강화해왔지만 개선된 것은 별로 없다. 북한은 천안함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진화된 방법으로 공격해 올 것이 뻔한데 우리 해군은 고작 어뢰피습 방지를 위한 임시대책이라며 시속 20㎞ 이상으로 항해하고, 2척이 함께 다니도록 해 기습을 막자는 원시적 수준의 대응에 머물고 있다.
24일 군당국에 따르면 건조된 지 오래된 초계함 10여척의 잠수함정 탐지능력을 높이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소나(음향탐지장비) 성능 개선 예산을 확보했지만 소나 성능개량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초계함의 선저 아래 장착된 ‘소나돔’은 구형이어서 장시간 스위치를 켜 놓을 수 없고 파도가 일정 높이 이상이면 잡음이 들려 잠수함 탐지가 어렵다. 작년 감사원도 천안함 소나의 주파수 대역이 한정돼 북한의 어뢰 공격을 애초부터 탐지할 수 없었다고 지적, 개량이 시급한 처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 1996년 강릉에 침투했던 상어급 잠수함(300t급)보다 선체 길이가 5m가량 늘어나고 수중 속력이 10㎞ 이상 빨라진 신형 상어급 잠수함 ‘K-300’을 건조해 동ㆍ서해 해군기지에 실전 배치하는 등 잠수함 전력(戰力)을 증강하고 있어 북한의 잠수함정을 탐지하고 격파하는 전력의 확보는 긴요하다.
그럼에도 서해에서 활동 중인 20년 이상 된 초계함들은 천안함이 쓰던 것과 같은 구형 소나장비를 그대로 쓰고 있다. 초계함 함정 밑바닥에 신형 소나를 달기에는 신형 소나의 부피가 너무 커 배의 균형을 깰 수 있고 초계함이 수년 내 단계적으로 퇴역하기 때문에 돈많이 드는 신형 소나 교체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군은 구형 초계함 26척과 호위함 9척을 대체하기 위해 신형 소나 등을 장착한 2300t급 차기 호위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1~2년 단위로 차기 호위함 1척씩 모두 20여척을 건조한다는 계획이어서 기존 함정을 대체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군이 천안함 피격과 같은 기습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약속했던 전력 확보작업은 1년여간 서류상의 계획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편 이처럼 천안함 공격과 같은 수준의 공격을 막아내는 장비체계에 문제가 노출된 가운데 천안함 사건으로 징계받은 9명에 대한 항고징계심사에서 2명은 감경됐고, 3명은 무혐의 처리됐다. 항고가 기각된 4명과 감경된 2명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군 수뇌부에서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8개월 만에 연평도 포격까지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확성기 심리전 재개 무산, 북의 NLL 남쪽 해상 포격도발에 응사도 하지 않는 등 우리의 나약한 대응을 봤기 때문”이라며 “전 국민적인 경각심과 아울러, 말보다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만이 추가도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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