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등이 당선 무효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선거법 개정안을 발의, 비난이 요란하다. 개정안은 현행 100만원인 당선 무효 요건을 300만원으로, 배우자와 선거사무장 등의 경우 3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크게 올리는 것이 골자다. 지금 선거법이 촘촘하게 짜인 것은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이에 솔선수범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자리 지키기에 급급, 법 규정을 완화하려는 것은 국민의 의사와 정서에 반하는 염치없는 짓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지난 16년간 무려 58명이 의원직을 잃을 정도로 ‘너무 거칠고 엄격한’ 현행 선거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김 의원의 배경 설명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100년간 의원직을 잃은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로 우리처럼 선거법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투로 말을 한 것이다. 적반하장이고 본말이 전도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선거 때마다 불법과 탈법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법이 엄격해서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당선지상주의 때문 아닌가. 국회의원 선거만 해도 15대 때 741건이던 선거법 위반 건수가 17대에는 6400건이나 됐다. 18대 총선에서 2000건 밑으로 줄어든 것은 그나마 까다로운 선거법 덕이다. 법 규정을 완화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더 조여야 할 처지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른바 ‘청목회 로비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동료 국회의원들을 구하기 위해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가 호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 그러니까 선거법 개정 추진은 자기를 살리기 위한 개인적인 사정이 클 수 있다. 비난이 일자 이경재 의원 등 4명이 발의자 명단에서 슬그머니 발을 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잣대는 일반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 이게 지키기 힘들면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선거 관련법 규정을 더 강화,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이 날 경우 즉시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재선거 비용까지 부담토록 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