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도 못 참고 슬쩍 기름값을 올린 주유소들은 일선 주유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유사의 일방통행식 방침이나 출고가 인상을 핑계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7일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 인하했던 서울 구로구의 A주유소는 14일 기준으로 리터당 28원이 올랐다. 주유소 관계자는 “리터당 100원씩 내리기로 했지만 매주 정유사 출고가가 변동되니까 10~20원 정도는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B주유소도 지난 7일을 기준으로 리터당 108원 가격을 내렸으나 14일에는 50원이 올라 리터당 2098원이 돼 있었다. B주유소는 “유가가 오르면서 지난달에 비해 정유사 출고가가 리터당 60~70원 정도 올랐는데 우리(주유소)라고 도리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리터당 100원 인하라는 정유사의 방침이 애초에 주유소를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곳도 있었다.
서울 구로구의 C주유소는 지난 7일과 8일에도 꿋꿋하게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가 14일이 되어서야 리터당 40원 가량을 내렸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값을 내린다고 해도 기존 가격에 사온 기름이 있어 주유소가 바로바로 내리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지난달 말 ‘앞으로 기름값이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재고를 대량 확보했기 때문에 변동된 가격이 적용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해명이다.
경기도 광명시의 D주유소는 “지난 7일에는 본사 지침대로 가격을 인하했지만 주변 시세에 맞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며 당당한 해명을 내놨다.
결국 가격인하 이벤트는 일주일도 못 가고 생색만 낸 셈으로 주유소가 소비자들만 들었다 놨다 한 형국이 됐다. 3년차 운전자인 직장인 황모(32)씨는 “유가 오른다며 가격 올리는데는 발 빠르고, 가격 내리는 것에는 왜이리 변명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정부고, 정유사고, 주유소고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