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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동생 돌보며 美서 ‘엄마’ 역할 한국 여대생 화제
명문대 입학 기회까지 포기하며 미국에서 엄마 대신 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을 포함해 두명의 동생을 돌보고 있는 한국 여대생의 기막힌 사연이 현지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간 ‘새크라멘토 비’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콘코디어대 간호학과에 다니는 수지 김(22)이 ‘언니’지만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눈물겨운 미국 생활기를 전했다.

수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한시간 정도 공부를 한 뒤 동생들의 아침식사와 점심도시락을 준비한다. 아침식사 후 선천적 학습장애가 있는 동생 서니(20)는 버스를 타고 가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슈퍼마켓 등에서 인턴십을 한다.

수지는 미니밴으로 막내동생 새라(16)를 7시까지 학교에 데려다주고 7시 30분 시작하는 생화학강의를 들으러 학교로 향한다. 교수는 수지가 수업시간에 5~10분 정도 늦는 것을 용인해주고 있다.

애초부터 수지가 가장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서니를 맡길만한 학교를 찾지 못한 부모님은 2003년 시카고 인근 학교로 서니를 보냈다. 친척들이 서니를 돌봤지만 2004년 소아과 의사인 어머니와 새라가 미국으로 왔다. 수지도 2003년부터 미국 고등학교에 다녔다. 2006년 의사인 아버지까지 서울에 있는 병원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가족들은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영어 문제로 의사 자격증을 얻지 못하자 생계를 위해 다시 2007년 한국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도 계속 아버지만 혼자 둘 수 없는데다 비자까지 만료돼 지난해 11월 귀국했다.

수지는 당시 명문 UCLA의 일류 간호사 프로그램에 신청해 대기 후보 2순위까지 올라 LA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년에 고작 30명을 뽑을 정도로 좁은 문이었다. 하지만 수지가 LA로 갈 경우 동생들이 한국에 돌아갈 수 밖에 없어 결국 진학을 포기하고 인근 대학으로 옮겼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에는 아버지가 감상선암에 걸렸다.

이처럼 힘든 상황이지만 수지의 가족들은 매주 주말마다 화상 채팅을 하고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수지는 앞으로 2~3년 정도 동생들을 더 돌볼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부모가 미국에 돌아와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들 세자매는 매일 아버지의 웃는 얼굴과 “오늘도 잘 지내!(Have a good day!)”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보며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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