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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은 리스크관리다>“위험있는 곳에 수익”…全직원 이젠 ‘리스크 거버넌스’다
리스크컨설팅코리아·본지 공동기획-조직문화를 바꿔라
“부실자산 최소화” 소극적 대응 탈피

손실요소 관리땐 기업 가치 증대


하나, 조직내 사전 통제체제 마련

우리, 통합리스크 관리 인프라 구축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환경

기업 대응 능력이 성패좌우

소통·교류의 문화로 정착 시급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일이다. A 은행장은 출근길에 신문을 보다 “기업들이 점점 어려워지겠는 걸”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평소 말이 없던 운전기사가 며칠 전 B기업 임원차를 운전하는 친구와 만난 얘길했다. 회사가 어려워져 불안하니 자리 하나 소개시켜 달라더라는 것이다. 은행장은 B기업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고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전 직원의 리스크관리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단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금융회사들은 리스크 데이터를 일부 경영진만 공유했던 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조기경보 성공이 리스크관리 실패 막는다
=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금융기관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금융환경은 날로 벤처화, 글로벌화되가고 있다. 규제환경의 변화 및 사회추세 변화 등으로 리스크 요인은 날로 커진다.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잡아내 이를 관리하는 게 필수과제다.

조기경보는 위기와 기회의 조기 신호이자 위기를 예방하는 수단이다. 조기경보시스템은 경영진을 포함한 전직원이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과거경험에서 보면, 위기엔 항상 전조를 알려주는 조기경보가 있었다. 몰랐거나 무시했을 뿐이다.

▶소통과 교류의 리스크 관리 문화 정착= 리스크관리는 각 부문에서 생산되는 정보가 다른 부문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야 성공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실패한 금융회사들은 하나같이 계열 혹은 부문별 리스크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 투자 등 어려움 겪으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한 우리금융지주는 ‘리스크 대시보드’라는 경영진 전용의 리스크 공유 방식을 개발했다.

진로의 부실채권을 일찍 값싸게 사들여 큰 이익을 남긴 골드만삭스도 조기경보에 성공한 사례다. 반대로 ‘디지털 시대가 즉석 필름시장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외면’했던 폴라로이드는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해운회사 주식을 잔뜩 가지고 평가이익을 만끽하던 한 증권사는 계열 은행 리스크 담당자가 경고한 해운산업 악화 전망을 무시하지 않았다.해운주식을 처분한 결과는 고수익을 유지였다.

▶ 차별화된 요리사와 컨설팅회사로 변신해야 = 리스크관리는 오늘날 위기 (Hazard), 불확실성 (Uncertainty)에 대한 대응의 차원을 넘어 경쟁우위 확보, 전략적 대응 차원의 기회 (Opportunity)의 개념으로 확대됐다.손실 가능한 요소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잘 관리하면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은 리스크 요리사여야 한다. 고객에겐 컨설팅회사가 되어야 한다. 리스크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리스크 해결방법을 제공하는 컨설팅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리스크 관리자의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우리지주의 경우 리스크 거버넌스에 변화를 주기 위해 JP모건체이스 등에서 리스크 실무자를 초청해 직원 교육을 실시했다. 또 계열사의 리스크 담당자들을 임원(CRO)으로 승격시켜 역량을 높였다.

영업부문도 컨설팅, 구조조정, IB 등과 연계하여 고객의 리스크를 해결해주는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유능한 리스크관리 전문가의 확보=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유능한 리스크관리 전문가의 확보는 금융기관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들은 부실채권이나 투자손실 위험을 방지해 줄 뿐만 아니라, 고수익 기회를 선점한다.

리스크관리자의 최고 경쟁력은 축적된 경험이다. 그래서 최소한 5년 이상의 경험은 갖도록 해 줘야 한다. 미국은행의 경우 기업의 생존가능성에 대한 의사결정은 20~30년의 리스크관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담당한다.

성과평가와 보상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단기적이고 개인적인 성과평가는 리스크관리 인력 육성의 걸림돌이다. 성과보상평가는 개인뿐만 아니라 부서나 회사 전체의 성과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성과보상기간은 현재 상황과 함께 과거 2년 정도까지 평가하는 장기평가로 전환하고 금융상품의 기간도 반영하여야 한다. 평가를 잘못해 거래기업이 부실화된 1종 오류보다 지원을 거절한 고객이 더 잘 나갈 때의 리스크인 2종 오류가 더 큰 리스크일 수도 있다. 원칙위반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하나 의사결정 실수에 대해서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한다.

▶치열한 토론 의사결정으로 바뀌어야=리스크관리는 시스템보다 프로세스의 작동 수준이 성공을 결정한다. 이는

의사결정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꾸어야 가능하다.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은 차별화된 공동의사결정 회의문화를 갖고 있다. 수동적이지 않다. 참석자 모두가 치열하게 토론한다. 합의체 구성에서도 시장정보에 가까이 있는 자금시장, IB, 국제담당이 참석하고 필요하면 현장에 강한 외부 산업전문가도 활용한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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