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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턴·보르헤스…고전의 세계에 눈 번쩍 뜨이다
“자신의 판단과 견해를 형성할 능력을 유지하려면 스스로 읽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지성으로 추앙받는 해럴드 블룸 예일대 교수는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얘기한다. 그의 독서론은 자신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란 말로 축약된다. 실용적ㆍ목적적으로도 읽힐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신적 성숙으로 연결된다. 독서가 와해돼 가면 그와 더불어 자아도 해체돼 간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블룸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즉 독서태도는 어디에 치우침이 없고, 가름을 넘어선 데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며 즐겨 예를 드는 새뮤얼 존슨 박사의 ‘셰익스피어 서문’에 기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인간의 정서를 읽으려면 인간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으로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를 진심으로 권유한다”는 그의 말은 깊이 읽기를 의미한다. 블룸은 이를 통해 쉽지 않은 즐거움, 숭고함이라 말할 수 있는 것, 세속에서 경험하는 유일의 초월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짧은 시와 긴 시,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희곡 등 60여편을 엄선하고 하나하나 작품을 깊이 있게 해설해 나간 ‘독서기술’(을유문화사)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를 장황한 설명없이도 그 자체로 경험하게 해준다. 하버드대 문학 강의를 듣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의 읽기 방식은 그야말로 ‘인간적’이다. 작가의 상상의 산물인 주인공의 마음과 행동, 작가의 시점과 위치 등 둘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읽어내는 세심함이 경탄을 자아낸다. 억지스럽지 않고 오로지 작품에 충실한 독법은 우리 눈에 덧씌운 것들을 걷어내준다. 각 작품이 성취한 것, 독자들이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문학사적인 흐름속에서 짚어내는 건 비평가로서 그의 역량을 보여준다.

현대 단편소설의 두 양대산맥인 체호프와 루이스 보르헤스, 순문학의 정점으로서의 시를 다루며 그는 블레이크, 테니슨, 브라우닝, 에머슨 브론테디킨슨 등 주제에 따라 읽어나간다. 밀턴의 실낙원을 통해 사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윌리엄 워즈워드, 셸리 , 키츠, 예이츠, 월러스 스티븐스, 하트 크레인까지 블룸이 좋아하는 시를 통해 현대인들이 어려워하는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다.

블룸이 제시한 5가지 실용 독서원칙은 문학의 본질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숙고할 만하다. 즉 머릿속에서 학문적 은어를 제거하라,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이웃이나 주위 사람을 개선하려고 시도하지 말라, 내면의 빛에 비추어 읽어라, 잘 읽기 위해서는 발명가가 되어야 한다, 아이러니를 회복하자 등의 원칙들은 블룸식 따라읽기에 도움이 될 법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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