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서 밀려난 세입자
이주과정서 전세난 심화
아파트 일변도 탈피
도심개발 새 모델 제시
대거 공급땐 주거환경 열악
주민 선호도 등 극복 과제
정부와 지자체의 아파트 짝사랑에 변화가 생겼다. 일편단심 아파트로 향하던 일관된 시선이 단독주택과 다가구ㆍ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행보에 발이 딱딱 맞는다. 주택정책의 양대 축인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전면에 나서 주도하고 있다. 정부의 ‘5ㆍ1 부동산 대책’중에는 다세대ㆍ다가구, 단독주택 공급의 길을 대폭 터주는 대목이 있다.
대형 택지개발지구에서 수요자를 찾지 못해 빈 땅으로 노는 단독주택지의 층고를 완화하고, 가구 수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 수도권 양도세 비과세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단독주택지의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또 도시의 소규모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을 20가구에서 30가구 이상으로 완화시켰다. 다세대ㆍ다가구, 단독주택 단지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29가구 이하면 건축허가만으로 건축이 가능하고, 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도 자유롭다는 얘기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로 사업성도 높아진다.
이날 대책은 또 2~3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을 구획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1인용 원룸으로 전락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기반을 확대한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이란 이름으로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 패러다임을 변경했다. 32곳의 정비예정구역 해제는 그 시발탄이다. 이른바 뉴타운ㆍ재개발 출구전략을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는 몽땅 헐어버리고 아파트 일변도로 지어버리는 재개발 사업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대신 단독주택 지역을 보존 관리하는 방안으로 ‘휴먼타운’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도입한 대표적 ‘히트상품’이었기에 서울시의 이 같은 과감한 구조조정은 주택공급 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아파트 공화국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1~2인 가구의 증가, 지난해 말부터 심화한 전세난의 해결책으로 결코 아파트는 적임자가 아니다. 이제 아파트가 ‘득이 아닌 실’을 가져오는 ‘걸림돌’로 전락했다는 판단인 셈이다.
실제 오를대로 오른 재개발ㆍ재건축 가격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해 서민 주거안정의 장벽이 됐고, 주택시장이 침체된 후에는 줄줄이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재개발ㆍ재건축은 또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가져와 민심 이반의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쫓겨난 세입자가 이주하는 과정에서는 전세난이 심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과 전셋값을 동시에 잡으려는 정부에 아파트 일변도의 공급은 결코 정답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단독ㆍ다세대주택이 대거 공급되면 주거 밀집도가 높아져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것 ”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