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대책에 관망세만 확산

매물 증가속 매수세 실종

거래활성화 커녕 문의도 ‘뚝’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ㆍ1부동산 대책’은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투자유인책을 담고 있다. 이에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정작 시장은 옴짝달싹 않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찾은 서울 강남 개포지구 일대 중개업소에는 문의전화 한통 없이 정적만 감돌았다. 시장 전반에 짙게 깔린 관망세만 재확인된 셈이다.

일원동 경인공인 관계자는 “거래 숨통이 좀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하루종일 문의 전화 한통 못받았다”며 “잦은 정부 대책 발표에 바로바로 반응하기 보다 시장 추이를 살피는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요건 폐지, 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제한(종전 18층) 폐지 등 재건축아파트 투자 걸림돌을 일부 제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과천, 1기신도시(분당ㆍ일산ㆍ평촌ㆍ산본ㆍ중동) 5곳의 9억원 이하 재건축 추진 단지 물량은 총 6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특히 ▷강동 2만 630가구 ▷송파 1만 1250가구 ▷강남 8817가구 ▷과천 7592가구 순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대거 수혜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상실’로 활력을 잃은 시장은 이 같은 당근책에도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올들어 벌써 네 번째로 발표한 ‘5ㆍ1 부동산 대책’은 재개발ㆍ재건축 시장 투자 호재를 담고 있지만 ‘양도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낮다 보니 대책 발표에도 불구, 시장은 옴짝달싹 않고 있다.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개포주공 일대 전경.

강남 대표 재건축단지인 개포동 주공 1단지 42㎡형은 보름 새 1700만원 가량 내린 7억 8000만~8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종상향(2종→3종)이 추진되고 있는 강동구 둔촌동 일대 중개업자들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받쳐줘야 할 매수세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 대책으로 집 팔 사람과 살 사람의 눈높이 격차만 커지는 상황이다.

둔촌 1동 태양공인 관계자는 “오늘 아침 급매건이 거래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매도자가 호가를 1500만원 올리면서 깨졌다”며 “매도자를 대책기대감에 호가를 올리는 반면, 대기수요자는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둔촌주공단지(5930가구)의 경우 한달평균 30~40건의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에는 4건이 전부였다.

최근 가락시영의 종상향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둔촌주공 호가도 최고 1000만원 가량 더 떨어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대책을 내놔도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추가분담금 등으로 수익성 자체에 의문을 갖는데 누가 선뜻 투자하겠느냐”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 DTI규제완화, 재건축 임대의무비율 및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더 직접적인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민현 기자/ 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