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불법대출과 특혜인출 부실검사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책임 공방과 함께 금융감독 개혁은 외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금감원의 독립성 확보가 먼저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과거에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선언”하며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던 금감원 노조는 잇따른 비리 의혹과 줄소환에도 경영진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이 저축은행 부실 확산 과정의 진실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1일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 전체가 비리의 온상으로 내몰리는데 경영진이 손을 놓고 있다”며 “전체가 공정성과 일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정치적 외압과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정도 많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무자들이 금융회사 검사의 방향을 정하긴 하지만 민감한 사안의 경우 정치권이나 경제관료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거품과 맞물려 부실을 키운 저축은행 문제에 대한 경고는 수년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초 금감원은 감사원,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의 2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적발했고, 2조원대 부실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시장 친화를 외치는 정책 기조에 이런 지적은 묻혔다. 지역구 챙기기에만 관심을 쏟는 정치권의 외압도 저축은행 부실 규모를 모른 채하게 만들었다.
금감원의 눈치 보기도 문제지만 모든 책임이 금감원 실무진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는 것이 내부 불만이다. 금감원이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민간 기구로 설립된 이유는 ‘정치적 압력 또는 행정부 영향력에 의해 자율성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 감독권한을 분리해야 한다고 한 것은 정부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금감원도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한국은행 정도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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