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준금리 동결…배경은
소비자물가 4개월째 상승률한은 물가목표치 넘어
인상전망 우세 불구 동결
‘금리정상화통한 대출 억제’
韓銀 정책방향과도 엇박자
가계대출 증가 빌미될수도
시장의 예상이 빗나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3.0%로 동결했다.
금통위 회의 전 시장에서는 올 들어 1월과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금리 정상화’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이달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목표치(3±1%)의 최상단인 4%를 넘었고,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상승한 게 이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근거였다. 하지만 금통위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동결을 선택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9%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하반기에 물가가 3% 초반으로 안정돼야 한은의 올 한 해 물가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하향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주춤해졌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근원물가(석유류 및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가 문제다.
한은이 지난 4월 중순에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 수정치’에 따르면 근원인플레이션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1%,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본 시장과 달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김중수 한은 총재도 올 4분기께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추월하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농산물 원유 등 공급 측면 물가압력이 낮아지더라도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경고다.
때문에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물가만 놓고 보면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올 들어 급증한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드리울 부담을 고려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한은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은 937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약 800조원이 변동금리 대출로 추정된다. 때문에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8조원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른 이자 갚느라 소비가 위축될 정도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수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점진적인 ‘금리 정상화’를 통해 가계대출을 억제해 나가겠다고 한 한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 기준금리 동결은 곧 가계대출 증가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밖에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미국의 부진한 경제 성적표와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재정문제 재부각, 중국의 긴축 움직임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대외 변수는 항상 내재된 것이어서 이번 금리동결의 근거로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