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 중동정책이 발표되자 미국 공화당과 중동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스라엘과 미 공화당은 강력히 반발한 반면 팔레스타인과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동국가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을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내년 미 대선의 가장 강력한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버스 밑에 던져버렸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무례를 범했고, 이스라엘의 협상 역량을 약화시켰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우방의 곁에 선다’는 미국 외교정책의 제1 원칙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불출마를 최근 선언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배신했으며, 통탄할 실수를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토 양보를 압박받은 이스라엘은 발끈했다. 20일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의 존립은 이스라엘의 실체를 희생해서 얻어질 수 없다”며 1967년 경계는 “옹호할 여지가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중동평화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반색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무하마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나빌 샤스 수석 보좌관은 “이제 컵에 물이 절반 채워진 셈”이라며 “압바스 수반은 오바마의 연설을 모든 팔레스타인 형제들과 재검토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진정한 중동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미국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일제히 환호했다. 리비아의 벵가지에 위치한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잘알 엘-갈랄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과도위원회를 합법적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이번 연설은 리비아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또한 20억달러의 경제 지원을 약속받은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 퇴진 민주화 시위 이후 관광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번 오바마의 경제지원은 이집트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독재정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권력이양을 촉구한 오바마의 연설을 칭찬했다.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예멘인을 향한 연설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