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집 허물고 10억 아파트 한채
분양가도 턱없이 높아 살길 막막
불합리 맞서 반대시위 확산
“빠른 보상을 위해 제 목숨 바칩니다.”
24일 알려진 파주 운정 3지구 주민 윤모 씨의 유서다. 서울 뉴타운 조합원들의 불안감도 이에 못지않다. 서울 뉴타운 조합원들 사이에서 “자고 일어나니 빚쟁이로 전락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구역에서) 용산 참사가 재발한다”는 발언이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미아3구역은 지난달 말 조합설립 신청서가 반려되자 주민들 사이에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너도나도 오매불망 조합 설립을 염원하던 수년 전과 너무나 달라진 분위기다.
가재울뉴타운4구역 조합원이었던 강성윤(56) 씨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관리처분 시점에서야 자신이 빚쟁이가 된 걸 깨달았다. 도로 옆에 있어 인근보다 시세가 높은 단독주택 소유주였던 그는 뉴타운사업으로 집을 내놓고 36평 아파트를 받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관리처분 시점이 되자 보상액이 3억8000만원 선인 반면, 조합원 분양가는 5억원에 육박했다. 당장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곧장 인터넷카페를 만들고 동네에서 뉴타운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호응은 대단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명을 하겠다는 동네 사람들이 줄을 섰다.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다가 비대위 활동에 투신, 현재 전국뉴타운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연합 회장을 맡고 있다.
매주 목요일 미아삼거리역에서 열리는 전국비대위연합 정기모임 현장. |
60대인 J 씨는 뉴타운 왕십리1구역에 있는 건물의 지하, 1층 상가, 2층 주택에서 100만원의 월세와 3억2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노후 대책으로는 괜찮았다. 그런데 관리처분 시점에 역시 희한한 통보를 받았다. 시세가 25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집을 허는 대가로 자기에게 돌아오는 게 10억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뿐이라는 것.
“뉴타운을 하면 좋아질 줄만 알았지, 자산이 반으로 깎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는 그는 당장 생활고에 빠졌다. 매월 들어오던 월세가 끊기고. 보증금을 내주는 과정에서 은행 빚을 졌다. 자신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아내는 파출부로 나가기로 했지만 월수입이 도합 190만원에 달해 원금 상환은커녕, 관리비와 이자비를 내기에도 벅차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이동훈(43) 씨는 L 씨와 같은 조합원으로서 겪은 뉴타운의 ‘불합리’를 알리기 위해 ‘비대위’ 활동에 투신, ‘뉴타운 과목 인기 강사’로 활동 중이다.
미아3구역 비대위 총무 김재연 씨는 “뉴타운은 국가, 서울시, 구청, 심지어는 세입자까지 좋아지는 사업”이라며 “그러나 정작 그 동네 원주민은 패가망신한다”고 했다.
상계3구역 조합원이자, 상계뉴타운신문 발행인인 김영수 씨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보상특별법에 따라 조합원 재산을 시가의 절반 수준인 표준 공시지가로 보상하도록 한 게 뉴타운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숭인2구역 비대위원장인 류대선 씨는 “조합이 빈 서면동의서를 징구해 수많은 편법이 자행되고 있고, 서면동의서 징구시 아파트 평형과 가격을 설명하게 돼 있지만 그렇게 하는 조합이 없다”며 “이렇게 현실과 법이 괴리돼 있는데 국회에서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탁상공론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