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출신중 유달리 키가 크고 몸집도 우람하다는 평을 듣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26개월간의 장관 생활을 마치고 과천을 떠나는 자신의 심정을 장군에 비유했다.
윤 장관은 1일 과천정부청사에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2년 4개월 동안 한시도 벗을 수가 없었던 마음의 갑옷을 이제 벗고자 한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2009년 2월 세계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기재부 장관에 취임한 뒤 불과 3개월 뒤 추경 30조원을 편성할 정도로 지난 26개월은 말 그대로 전쟁터의 연속이었다. 하루조차도 마음편히 쉴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을 그는 마음의 갑옷이라고 빗대 말했다.
그가 자신의 소회를 장군에 빗대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0년 11월 G20회의를 마친 뒤에도 자신이 느낀 소회를 ‘침과대단(枕戈待旦)’이라는 고사성어로 설명했다. 이 말은 창을 베개 삼아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의미. 윤 장관은 “(G20 유치 이후) 야전에서 갑옷을 벗지 못한 채 전투태세로 보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또 후배들에게는 국가의 곳간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가 되줄 것을 당부했다.
윤 장관은 “최근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무상(無償)이라는 주술(呪術)에 맞서다가 재정부가 사방에서 고립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고립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무상복지 확대론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또 “재정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선진국을 보면서 얼마나 빨리 선진국이 되는가보다 어떤 선진국이 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