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시설장은 학교 내 열악한 시설과 위생 환경 때문에 늘 아이들에게 미안함 마음이 있었다. 약 109㎡(33평) 크기의 학교에는 지체장애 청소년 등 29명의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화장실은 단 한 개, 그마저도 낡은 수세식 변기가 전부였다. 몸집이 크거나 발달장애 아동은 화장실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추운 겨울에도 얼음장처럼 찬 물에 몸을 맡겨야 했다.
이 뿐이 아니었다. 사회복지모금공동회 야간아동보호사업소로 지정되면서 오후 9시까지 머무는 아이들의 경우는 세끼 식사를 학교에서 해결해야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주방도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발코니를 개조해서 만든 주방은 상대적으로 습기가 많아 천정 페인트가 벗겨지는가하면 곰팡이까지 생겼다. 임 시설장은 열악한 환경이 안타까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예산으로 차마 화장실, 주방 시설을 개선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의 심정도 다를 바 없었다. 푸른솔생활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대다수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자녀이다. 임 시설장은 “사는 게 힘든 분들이다. 아동센터에서 자녀들을 돌봐주고 공부시켜주는 것에 크게 의지하고 감사해한다. 열악한 시설 환경이 안타까워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 부모님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 시설장의 마음의 짐을 덜어준 이는 한국 YWCA연합회와 한국 YMCA전국연맹이다. 2009년부터 삼성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후원으로 지역아동센터 시설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한 이들 단체는 올해 6월말까지 인천 대전 대구 등 6대 광역시 소재 154개 지역아동센터의 화장실과 조리실 총 206개를 개보수 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는 3690여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시설과 교육프로그램 등이 열악한 곳이 많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한국 YWCA연합회 관계자는 “전국의 많은 지역아동센터들이 낡은 시설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해있다. 환경개선아업을 통해 좀 더 많은 아동센터에 혜택이 돌아가 지역아동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교육 서비스를 받게 되길 바란다”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들도 깨끗해진 화장실과 주방에 신이 난다. 임 시설장은 “화장실에 순간 온수기와 샤워기를 설치했다. 발달 장애 아이들이 용변 실수를 해도 찬 물에 제대로 씻길 수 없어 고민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아이들도 화장실과 주방이 깨끗하고 예뻐져서인지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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