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교수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출간 訪韓
“질서·혁신 절묘한 조화 이뤘다” 찬사“경쟁력 위해 글로벌화 지향” 조언도
“서울의 가장 큰 힘은 우수한 인적자본이다. 고층빌딩보다 중요한 건 고층빌딩 속에 있는 사람이다. 서울은 우수한 생산능력을 가진 인적자원이 많고 이것이 한국이 재기한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예찬론자’인 하버드대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45)가 논쟁적인 저서 ‘도시의 승리’(해냄)의 한국어판 출간과 관련, 방한했다.
2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글레이저 교수는 “서울은 경쟁적인 다른 도시와 달리 질서와 혁신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도시”라며, 깨끗하고 안전하며 소매 혁신이 뛰어난 양쪽의 조화를 이룬 도시라고 서울을 예찬했다.
저서 ‘도시의 승리’는 지금까지 도시문제로 빈곤과 교통문제, 환경 등 부정적 측면이 주로 지적돼온 것과 달리 도시의 혁신성과 가치를 긍정적으로 봄으로써 미래를 낙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인류문명의 성공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진실은 인간의 연결성, 협력인데, 도시는 이런 기능을 가장 혁신적으로 이루며 인류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현재 통신의 발달로 어느 곳에서든 지구 반대편과 소통이 가능한데도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시를 찾는 것은 도시의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이는 세계화와 기술개발이 빨라지면서 오히려 지식과 아이디어, 혁신이 더 중요해지고, 사람들은 부대끼면서 더 많은 걸 배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도시’와 ‘자연’을 반대 개념으로 여기며, 도시가 환경을 해친다는 통념에도 그는 반론을 제기한다. 사람들이 밀착해 살면서 이동의 필요성도 줄고, 집의 면적,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도 줄어들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란 얘기다.
그는 도시가 안고 있는 빈곤의 문제 역시 도시 때문에 빈곤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도시가 빈민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빈곤은 도시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도시가 성공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메가 시티 서울의 주택문제와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재건축 규제와 관련, 그는 신규주택의 공급량을 제한해 주택가격을 떨어뜨리는 건 한계란 입장이다.
글레이저가 꼽는 과거 성공한 도시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똑똑한 사람, 작은 기업들이 많으며 외부세게와의 연결성이 좋은 도시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은 기업의 규모 면에서 대기업 중심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대기업들이 많으면 단기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도시에서 재탄생하는 데 실패한 반면, 같은 사양산업임에도 영세직물업자들이 많았던 뉴욕은 고층빌딩을 세우고 도약에 성공했다.”
서울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그는 글로벌화를 주문했다. “서울은 한국적 색깔이 짙다. 한국 고유의 것도 좋지만 글로벌화를 더 지향해야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