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원주택 터로 미리 점찍어둔 땅이 있다면 오히려 요즘 같은 장마철에 더 더욱 짬을 내어 현장을 찾아보는 게 좋다. 왜 그럴까?
많은 비를 뿌리는 장마철에는 평소 알아채기 힘든 전원생활의 ‘불편한 진실’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장마철에는 폭 3m 정도의 시골 진입로는 군데군데 물에 잠긴다. 심할 경우 진입로가 유실되거나 침수 정도가 심해 차량이 오가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특히 비포장 진입로의 경우 차량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잦다. 따라서 비포장 진입로는 절대 길어서는 안 된다. 포장된 진입로라도 측면 경사도가 심한 곳은 장시간 많은 비가 내리면 흙이 유실되면서 부분적으로 내려앉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폭우가 쏟아지면 계곡물은 순식간에 불어난다. 작은 개울이나 좁은 폭의 계곡을 가로질러 진입해야 한다면 튼튼한 철골조나 철골시멘트 다리를 만들어야 안전하다. 그만큼 추가로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웃 간 집터나 논밭 주변의 배수로 분쟁도 주로 장마철에 불거진다. 이웃 땅의 배수로 방향이 내 집터나 논밭으로 나있거나 배수시설이 불량할 경우 집중 호우 때 물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유발한다. 특히 경사도가 심하거나 계곡을 낀 임야는 집중 호우 때 산사태나 토사 유실 및 붕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 계약 전에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집중 호우나 장마철 시골 땅 중개업소 상당수는 아예 문을 닫는다. 찾아오는 손님도 거의 없지만, 행여 오더라도 이런 ‘불편한 진실’이 드러날까 봐 매물 안내는 꺼린다. 횡성의 A공인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져 계곡물이 범람하고 도로가 잠기고 땅이 질퍽거릴 때 매물을 보여주면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불편함만 드러나기 때문에 되레 역효과만 가져온다”며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거나, 열더라도 손님에게 주로 상담과 브리핑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간에 걸쳐 많은 비를 뿌린 올 장마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태풍도 2개 정도 더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다. 진정 인생2막의 터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 각오가 되어 있다면 ‘비오는 장마철에 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ihpark33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