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한반도에선…
지난봄 동해안에서 소나무 수천그루가 말라죽었다. 겨울철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바람 ‘한건풍(寒乾風)이 원인이었다. 매년 때마다 불던 바람이지만 유독 올해만은 결과가 달랐다. 기상이변으로 한반도 특유의 삼한사온이 사라지면서 나무가 찬바람을 피해 숨 돌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한반도의 변화는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반도는 ‘기후변화 민감 지역’이다. 온실가스 농도 및 평균 기온상승폭이 지규 평균에 비해 큰 곳이다.
도시 생활자들이 느끼는 기상이변이야 고온과 한파, 폭설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먹을거리 가격이 오르는 정도지만, 이미 한반도 곳곳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뉴 노멀’이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작물과 수산물의 재배지ㆍ서식지의 변화다. 남방의 바다에서만 잡히던 다랑어, 가오리, 상어 등의 아열대성 어종이 한반도 여러 곳에서 잡히는 일은 더이상 큰 뉴스가 아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감귤의 재배적지가 계속 북상하면서 30년 뒤에는 재배면적이 지금보다 36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 배와 고랭지배추의 재배면적은 각각 34%, 70% 줄어든다.
기상이변의 영향은 단순히 먹을거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해 한반도 토종벌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원인은 최근 2~3년째 활개를 치고 있는 낭충봉아부패병.
병의 바이러스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지난해 냉해와 폭염 등으로 토종벌의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한반도 토종벌들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넣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교매 매개체인 벌이 사라지면 식물 생태계 전체가 흔들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25만종의 식물 가운데 3분의 1은 꿀벌 등의 곤충으로 생식하는 충매화다.
기상이변은 국민들의 생활전반과 산업 지형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국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2572만5404명으로 전년대비 0.7%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43곳의 골프장이 새로 문을 연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내장객 수를 나타내는 홀당 평균 이용객은 전년 대비 10.6%나 준 셈이다. 그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라운딩을 시작하는 3월을 넘어 4월까지 강추위가 지속되고, 8~9월에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당연히 필드를 나서는 사람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