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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계 '반값 할인' 덫에 걸렸나...G마켓에 법적 대응

지난달 20일 도서출판 ‘생각의나무’가 최종 부도 처리되고, 이에 앞서 이레, 태동출판사가 부도를 맞는 등 양서를 출간해온 중견 출판사의 연쇄 부도로 출판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동반 부도는 방만경영과 과당경쟁, 과다할인 등 출판계 고질적인 문제를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출판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그 중심에 반값 할인경쟁이 있다. 할인 따라 움직이는 독자들, 한 권이라도 더 팔겠다며 공급가를 스스로 낮추는 출판사들, 손해를 보고서라도 책을 팔겠다는 오픈마켓 등 출판 유통은 난맥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출판인회의가 소셜커머스를 통한 반값 할인을 해온 G마켓에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함께 도서정가제 전면 실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출판 유통에 변혁이 예고된다.

▶출판계 부도 일파만파=생각의나무와 태동출판사, 이레의 동반 부도는 표면적으로는 지난 5월 부도가 난 대형 유통 총판 KG북플러스의 부도와 연결돼 있다. 홈플러스에 40여개 매장을 운영해온 KG북플러스가 방만경영으로 부도가 나면서 여기에 책을 공급해온 출판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나 출판인들은 이들 출판사끼리 상식을 넘어선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또 유명 저자나 외국의 인기 총서를 확보하기 위한 선인세 출혈경쟁과 과다할인 등이 경영 악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책의 질 저하로 이어져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부도 여파는 출판사에 그치지 않고 출판 제조업체들로 번지면서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최대 도매상인 보문당이 부도났을 때는 출판사들이 종이업체, 라미네이팅, 인쇄소 등 제작사들의 비용을 변제해줬는데 지금은 그대로 제작사들이 떠안게 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연쇄 부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총판 부도설도 떠돌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반값의 덫=이번 중견 출판사들의 부도는 무엇보다 과다할인으로 이어지는 상식 이하의 공급가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단행본의 경우 출판사의 일반적인 유통 공급가는 정가의 60~70%. 이를 인터넷서점이나 오픈마켓 등에 35%로까지 공급하면서 유통질서가 무너지고 수익이 악화됐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책들은 권당 900원에 차떼기 공급된 것들도 있다. 재고를 덜어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고 내놓지만 이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공급된 책으로 반품돼 돌아온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온라인에 공급하는 책들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서점에서 50% 할인한 책들은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오프라인 서점들도 구매한다. 출판사의 오프라인 서점 공급가가 60%라면 할인한 책을 사다 팔면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안 팔린 책은 반품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반품돼 창고로 들어오는 책을 제대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바로 반값 할인의 덫이다.

최근엔 소셜커머스를 통한 반값 할인이 기승이다. G마켓은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를 통해 베스트셀러 반값 할인을 진행해왔다. 특정 시간대, 특정 책을 공지해 5만명 한도에서 G마켓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반값 티켓을 제공하는 식이다. 여기엔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롯해 김제동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등의 신간들이 포함됐다.

한국출판인회의 조재은(양철북 대표) 유통위원장은 “이는 명백한 우회 할인이다. 현재 출판문화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간의 경우 10% 할인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G마켓 측은 법에 규정한 ‘판매자가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다시 도서정가제다=최근 과다할인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결국 파이 뺏기와 다양성을 본질로 삼는 출판문화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모처럼 범출판계가 인식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반값 할인에 맛 들린 독자들은 이젠 반값 할인도 성에 안 찬다. 오픈마켓에서 이미 70% 할인까지 맛본 터라 기대치는 거기까지 가 있다.

할인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착한 책’ 소비를 제안한다. 출판사가 적정 정가로 출고가를 올려 공급하고, 그런 양질의 책을 ‘착한 책’으로 선정해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방법이다. 도서정가제 전면 실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출판인회의와 출협은 현재 신간에만 10% 할인을 적용해온 도서정가제를 구간에도 적용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키로 하는 등 출판계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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