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조합원이 가입 대상
소위 ‘복제노조’ 도 등장
상조회가 조합으로 바뀌기도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이색 노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복제노조로 불리는 ‘아바타 노조’가 나타나는가 하면 ‘한지붕 세가족 노조’, ‘캐스팅보트 노조’ 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노조 설립 자유가 확대되고 조합원들의 노조 이중 가입도 가능해지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노조들이 생겨나는 모습이다.
최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은 현대증권의 기업노조로 알려진 ‘현대증권 노동조합’에 노조설립 신고 필증을 내주었다. 이 노조는 현행 산별노조 형태로 조직되어 있는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 지부의 ‘아바타 노조’로 오해받던 곳이다. 당초 현대증권 지부는 기존 단협 조항 중에 파업을 가로막는 ‘일방 중재’ 조항을 없애기 위해 동일한 조합원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아바타 노조를 설립하려 했으나, 잘못된 관할 행정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취하했다. 이번에 새로 설립된 현대증권 기업노조는 기존 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노조와 노선을 달리하면서 현대증권 임단협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지붕 세가족 노조’도 생겼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만 활동해오던 금호고속에는 지난해 7월 기존 노조의 임단협에 반발해 일부 노조원들이 탈퇴, 민주노총 소속 지회가 설립됐다. 이와 함께 복수노조 시행으로 금호산업(주) 고속사업부 광주지역노동조합(조합원 8명)이 추가로 설립되면서 금호고속에 총 3개의 노조가 존재하게 됐다.
이들 중 민주노총 운수노조 금호고속지회(조합원 348명)는 지난 5월 말부터 노조사무실 제공 및 조합비 일괄공제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기존 노조인 한국노총 금호산업고속사업부 지회(조합원 1545명)가 비난 성명을 내는 등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 수가 적은 소수노조가 주요 사안에 결정권을 가지는 ‘캐스팅보트 노조’도 등장했다. 경주 지역 시내버스 회사인 ‘천년미소’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2개 노조가 생기면서 총 3개 노조가 하나의 사업장에 자리하게 됐다. 재미있는 점은 2개 노조의 조합원 수가 엇비슷한 상황에서 1개 소수노조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기존 민주노총 산하 노조(조합원 113명) 이외에 상급단체가 없는 천년미소노동조합(조합원 104명), 그리고 경주시내버스노동조합(29명)이 설립됐다. 이로써 조합원 29명으로 설립된 소수노조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교섭대표기구가 바뀌게 된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