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응력강화를 위해 경찰이 만들고 있는 권총사용매뉴얼(이하 매뉴얼)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매뉴얼에서는 도망가는 피의자에게도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22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경찰의 새로운 ‘상황단계별 권총사용매뉴얼(안)’에 따르면 경찰은 앞으로 회전식 38구경 권총에 대한 사용 지침으로 ‘안전장치제거→꺼냄→경고 및 경고사격→실제사격’ 등의 순서로 준수토록 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피의자가 등을 보이고 도주할 때 권총을 이용하여 경고 사격 및 실제사격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조항들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도주자에 대한 총기 사용 허가는 지나치다”며 “이 밖에도 새로 만들어진 매뉴얼은 전반적으로 총기의 오남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 하상구 생활안전과장은 이와 관련 “권총의 사용단계별로 구체적인 제한 지침을 만들어 두었으며, 수갑ㆍ포승ㆍ경봉ㆍ가스총등 ‘장비사용에 대한 매뉴얼’을 따로 만들고 있어 권총의 남용을 부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만들어진 매뉴얼은 아직 완성본이 아닌 ‘가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및 사회단체들에 보내 의견을 구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의견이 있을 경우 그에 따라 고쳐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총기의 소지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현재 지난 1985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도주하거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새 메뉴얼과 관련, 시민단체와 경찰간의 논란이 치열하다. 경찰은 지구대까지 들어와 총기를 탈취하려 하는 등 강력범죄가 계속되면서 현장 대응성을 높이기 위해 총기사용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먼저 경찰은 현재 총기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메뉴얼이 없어 경찰들이 총기 사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장대응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민변에서는 지난 2003~2010년 상반기까지 36건의 피해사례중 경찰이 책임을 문 것은 3건(행정책임1, 형사책임 2)에 불과하다며 현재도 총기사용에 대한 제재는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도주자에 대한 경고사격’과 관련, 경찰은 “경고사격전 ‘꺼냄’ 단계에서 이미 ‘흉기를 들거나 경찰ㆍ일반시민에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 혹은 2인 이상 합동으로 위해를 가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과잉사용은 없을것”이라 말하고 있다. 특히 “유영철, 신창원 같은 피의자들이 도주할 경우 더 큰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경우 검거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려는 목적이다”고 말한다.
민변은 이에 대해 “현장대응력 강화라면 경찰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없는 도주자에 대해 총을 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1985년 연방대법원의 개너(Gaener)판결 후 도주자에 대한 총기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내에서 쏠 경우는 천장등에 총알이 튀면서 유탄에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주자에 대한 실제 사격에 대해 경찰은 “흉악범이나 강력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거나 차량을 매우 난폭하게 주행할 경우 사격하는 것으로, 놔두면 일반시민의 생명ㆍ신체에 심각한 위해 끼칠것이 명백히 예상될 때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민변은 “지난 2002년 강도피해자를 돕기위해 나선 사람을 공범으로 보고 오인사격해 사망케 한 백철민씨 사건이 있다”며 “도주하는 자에 대한 사격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