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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에서 영어공부...혹 울 엄마도 ‘매니저맘’?
지난 15일 오전 서울 반포동의 한적한 커피숍. 30~40대 ‘젊은 엄마’ 여섯명이 남편과 시댁 얘기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0시가 되자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온 금발 머리의 20대 서양인 여성이 이들 모임에 합류해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미국인 제니퍼(28)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들 젊은 엄마 6명의 영어 스터디 강사를 맡고 있다.

제니퍼씨가 합류하자 이들은 핸드백에서 ‘What do people do all day ’라는 영어 동화책을 꺼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영어 학원에서 배우고 있는 교재다. 엄마들은 제니퍼씨에게 이해가 어려운 영어 단어나 표현을 물어보고 책을 함께 읽으며 발음 교정을 받았다.

이러한 ‘강남 엄마’들의 오전 카페 스터디는 강남에서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교육열이라면 세상 어디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는 ‘강남 엄마’들은 이제 아이들 교육을 위한 자체 ‘스터디’에 뛰어 들었다. 에지간한 사람은 엄두도 못낸다는 요즘의 어려운 ‘애들 숙제’를 봐주고 아이들의 성적을 관리해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의 주변을 맴돌며 일일히 간섭하던 ‘헬리콥터 맘’에서 자녀의 교육 커리큘럼을 짜고 성적까지 관리하는 ‘교육 매니저’ 역할까지 수행하는 속칭 ‘매니저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터디에 나온 주부 염모(40ㆍ 반포동)씨는“스터디 멤버를 처음 만난건 반포동의 영어학원이었다”며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엄마(학원 수강생)들과 직접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38 ㆍ잠원동)씨는 “아이들이 학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모르는 내용을 물어볼 때를 대비해 공부한다”며 “살림을 살다보니 대학때 배운 영어를 계속 잊어버려서 얘들 교육이나 자기 계발 차원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냈더니 유치원 선생님 중에는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선생님도 있다”며 “상담할 때 영어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영어를 얼마나 할 줄 아느냐에 따라 선생님이 아이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신경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가 커갈수록 부쩍 어려워지는 영어 교재를 보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영어공부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처럼 자녀 교육을 대비해 영어 스터디를 하는 주부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도곡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0)씨는 “영어 스터디를 한다는 엄마들이 있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다”며 “삼성동에 사는 유명 주부 탤런트 S씨도 동네 커피숍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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