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5만6000여명이 응시한 가운데 치뤄졌던 7급 국가공무원 필기시험 후, 한 공무원 커뮤니티가 소란스러워졌다. 네티즌 A씨가 “내가 시험을 본 경남 창원의 B중학교 고사장에서 어떤 남자 응시생 한 명이 시험 시작 5분만에 시험지를 들고 도망을 갔다”는 제보를 올리면서 응시생들이 일제히 분통을 떠트린 것.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입실한 남자 응시생 변모(27)씨가 배부받은 시험지를 갖고 있다가 시험 시작과 함께 문제지를 들고 고사장을 이탈했다. 해당 문제지에는 국가직 7급 공무원 필기 시험 문제 140문항이 인쇄돼 있었다.
시험장에는 감독관 2명이 있었고 10시 5분께 변씨가 시험지를 들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망을 가자 뒤따라 온 여자 감독관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씨를 붙잡아 조사했던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변씨를 귀가시켰으며 통화내용 등을 조사해 문제지를 유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조사에서 변씨는 “부정행위를 위해 문제지를 유출한 것이 아니고 감독관이 기분 나쁜 말을 해 문제지를 들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변씨의 가족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변씨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형사처벌을 검토한 후 고발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시험 응시생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직접 글을 남긴 A씨는 “전국단위 시험인데 시험문제가 유출됐다면 해당 고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밤낮으로 공부만 미치도록 했는데 이런 식으로 시험관리가 허술 해서야 …”라며 “시험지 들고 도망치는 사람도 못 잡고.. 명색이 국가 공무원 시험인데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 역시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조직적인 시험사기일 수도 있다”며 “다른 의도 없이 누가 시험 5분만에 감독관이 말리는데도 시험지를 들고 뛰겠냐… 디스크 때문에 눈물 흘리며 공부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밤낮으로 준비한 시험인데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이 사건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된다”며 “사이버국가고시센터 온라인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대다수 응시생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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