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에서 범죄 수사를 위해 구속 피의자들의 구강세포, 혈액등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하도록 한 이른바 ‘DNA 신원확인법’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위원회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헌재에는 이 법과 관련한 5건의 헌법소원 사건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 인권위가 제출한 판단은 헌재 판결에 많은 영향을 끼칠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재물손괴나 주거침입 등 DNA 감식 대상으로 적절치 않은 범죄까지 포함하는 등 대상이 광범위하고, 재범 가능성이 없는데도 일률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돼 수형자 등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구속 피의자는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범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이들의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날 여지가 있다고 인권위는 해석했다. 또한 DNA 감식시료 채취 청구의 적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실체적 요건이 빠져 영장주의의 본질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DNA 신원확인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적법하게 수록됐더라도 당사자 사망 때까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 DNA 신원확인법 시행 이후 교정시설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해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쌍용차 노조원, 용산 철거민 등에 대해 DNA 감식 시료 채취를 요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검토에 나섰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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