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의 주범은 단시간에 일부 지역에 집중된 집중호우와 그로 인한 산사태였다. 시간당 최대 100㎜의 폭우가 서울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등 한강 이남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인근 지역을 물바다로 만든 것이다.
가운데 가뜩이나 지반이 취약한 우면산 자락 여러 곳이 산사태를 일으키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이날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운명을 가른 시간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집중된 강남 물폭탄= 관악구 신림동 소재 기상 관측 장비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202㎜의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측정됐다.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시간당 36㎜를 퍼붓더니 7시부터 이후 1시간 동안은 94㎜를 들이부었다. 동별로는 100㎜를 넘은 곳도 있다. 시간당 100㎜는 100년 만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물폭탄’이다. 이 지역에는 오전 8~9시까지도 72㎜가 쏟아졌다.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서초구에는 161㎜, 강남구에는 142㎜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같은 시간대에 노원구엔 17㎜의 비가 내렸다. 관악구와 비교하면 12배 차이다.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누적 강수량으로 보면 관악과 강남, 서초구 지역은 300~360㎜ 정도다. 서울에 400㎜를 넘어선 지역도 몇 곳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비가 많이 왔다기보다는 짧은 시간이 집중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안그래도 저지대에 무차별 개발= 하천을 낀 완만한 저지대에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졌다는 점도 강남 지역의 피해가 커진 배경이 되고 있다.
물이 불어난 강남역의 경우 원래 지대가 낮아 인근의 빗물이 모여드는 지형이다. 강북 지역의 경우 산이 많아 나무가 품어주는 물은 많고 경사가 커 빗물을 빨리 빼내는 데 비해 강남은 난개발로 녹지가 적고 경사도가 낮아 치수가 더욱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지난해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던 서초구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공사가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완공 시기가 올해로 늦춰진 것도 이번 피해를 키운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공사는 우면산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서울시에서 무려 238억원을 들여 산 인근의 강남역사거리에서 우성아파트사거리까지 길이 584m 규모의 하수관거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특히 우면산의 경우 난개발이 맞물려 만들어낸 ‘인재’라는 주장이다. 우면산 자락에는 예술의전당 밑으로 우면산터널(길이 3㎞, 왕복4차선)이 지나가고 강남순환고속도로로 인해 1개의 터널이 더 뚫릴 예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산 주변으로 수백가구의 보금자리주택과 국민임대주택도 들어섰다. 지반이 튼튼해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비난의 중심'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남산 서울종합반지센터를 방문하고 집중호우 피해복구와 관련해 “필요한 예산에 대해선 선 조치한다는 원칙하에 신속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처가 무색하게도 네티즌들은 1년 전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발표했던 성명을 찾아내 서울시의 수해대첵에 대해 꼬집었다.
당시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오세훈 시장 임기였던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이 연간 641억원에서 66억원(2010년)으로 매년 감소했음이 확인됐다”며 “서울시가 지난 수년 동안 수해방지 업무를 퇴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오 시장 취임 1년 전인 2005년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은 641억원이었지만 이후 2006년 482억, 2007년 259억, 2008년 119억, 2009년 100억에서 2010년은 66억으로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었다. 대신 인공하천 조성 사업비는 2006년 618억에서 2007년 707억, 2008년 726억, 2009년 1724억, 2010년 1158억으로 상승곡선을 그었다. ‘수해방지예산’을 빼서, ‘인공하천 조성’에 넣은 셈이다.
관동대 토목광학과 박창근 교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너무 겉보기에만 치중한 결과 수해에 약한 도시가 됐다”면서 “예비비 등을 투입해 수해 예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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