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출근길 ‘장화족’ - 회사 근처 찜질방 ‘쪽잠’- 비 핑계 ‘반차’…폭우가 만들어낸 직장인 이색 트렌드
27일 새벽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이색 현상이 속속 등장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빗물 탓에 장화를 신거나 반바지에 슬리퍼차림으로 마치 휴가를 가듯 회사로 향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장거리 출근자들은 비 때문에 회사 근처 찜질방과 여관에서 쪽잠을 잤다. 비 핑계로 평소에는 상사 눈치에 망설였던 ‘반차’ ‘연차’를 쓰는 실속파 직장인도 눈에 띄었다.

▶슬리퍼ㆍ장화 신고 출퇴근…“어쩔 수 없어요”= 서울 보문동에서 강남 소재 한 제약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 문모(30ㆍ여)씨는 28일 오전 장화를 신고 출근길에 올랐다. 문씨는 “어제 긴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옷을 다 버렸다. 오늘은 일부러 장화를 신고 나왔다. 회사에 도착하면 구두로 갈아 신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퇴근길에는 아예 장화를 신고 우비까지 입은 직장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손모(26)씨는 “아침에 너무 고생을 해서 퇴근길에는 중무장을 했다. 우비는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장거리 출근족 “출근 대란 또 겪을까봐 외박”=경기도 파주에서 강남으로 출근을 하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 27일 출근하는 데만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자유로에서 서울로 진입할 때부터 교통체증이 시작되더니 강남역 침수로 버스가 우회 운전을 하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

출근 대란을 겪은 이씨는 퇴근을 포기하고 신사동 인근 찜질방에서 쪽잠을 잤다. 이씨는 “집이 멀다보니 첫차를 타고 출근시간을 빠듯하게 맞춰오는 편인데 폭우 때문에 더 늦어지게 됐다. 오늘 중요한 회의도 있고 해서 어제 아예 퇴근하지 않고 근처 찜질방에서 잤다”고 말했다.

▶“사장님 저 오늘 일찍 들어갈게요”=폭우가 내심 반가운 직장인들도 있다. 평소에 상사 눈치로 쉽게 쓸 수 없었던 ‘반차’ ‘연차’ 휴가를 비 핑계로 쓸 수 있게 된 것.

서울 삼성동 소재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권모(28ㆍ여)씨는 “어제 회사에 도착하니 11시였다. 집에 갈 일이 막막해 반차를 쓰고 일찍 퇴근했다. 회사에서도 편의를 봐주더라. 결국 일은 3시간 정도 하고 일찍 집에 와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소재 액세서리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윤모(29ㆍ여)씨는 “거래처 회사가 오늘 휴무다. 덕분에 우리 회사도 업무가 줄어들어서 연차를 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집안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