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춘천 사고…병원·빈소 표정
“잘해주지 못했는데…”구학서 회장 힘없이 빈소로
“봉사활동 보내지 말걸…”
자식 잃은 김미숙씨 탄식도
27일 내린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우면산에서만 17명이, 춘천 펜션에서는 13명이 사망했다. 사고 지역 인근 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는 유족들이 허탈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들 “허탈한 마음뿐, 이게 웬 날벼락인가”=집중 호우로 사망사고가 난 우면산 일대 및 춘천의 펜션 사망자 유가족들은 “이게 웬 날벼락이냐”는 말을 되풀이 했다.
27일 오후 3시쯤 검은 정장을 입은 구학서(65) 신세계 회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발을 들여놨다.
구 회장은 “그동안 아내에게 크게 잘해주지도 못했다”는 말을 남기고 빈소로 힘없이 들어갔다.
춘천 펜션 사고로 사망한 이민성 씨의 어머니 김미숙(50ㆍ인천 부평) 씨는 영안실에 안치된 아들의 시신을 보고 “우리 아들,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어”라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라도 보내지 말 걸 그랬다”며 탄식했다.
조카 고(故) 김유신(22) 씨를 잃은 김현수(55) 씨는 “사람이 죽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참혹하게 죽을 수가 있느냐”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군인들 없으면 어쩔 뻔했나”=산사태가 일어난 27일 오후부터 소방관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소속 군인 등 5000여명은 서울 남부순환도로와 남태령 전원마을 등 우면산 일대에서 토사와 바위를 치우며 밤샘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방사 소속 군용 건설중장비들도 합세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산사태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내리는 비로 작업의 진척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 현재 남태령 전원마을 쪽은 단지 외곽의 토사와 바위를 치우고 있는 상황이며, 아직 파묻힌 주택까지 다가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산사태로 피해를 본 주민들 역시 각자 집에서 물과 흙을 퍼내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물을 빼내지 못한 반지하방 주민과 긴급 피난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주민들은 교회 등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복구 작업에 동참 중인 주민 김모 씨는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정신이 없다”며 “최근 공사 현장에 굴착기도 모자라다는 데 군인들이 중장비까지 가져와 도와주고 있어 고맙다. 이들이 없으면 어쩔 뻔했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하대 합동분양소 ‘눈물바다’=“이게 마지막 가는 길이었나, 하늘도 무심하지, 봉사활동을 한다고 간 동료들을 하루아침에 빼앗아 가다니….” 28일 오전 인천 용현도 인하대 본관 1층에 마련된 합동분양소에서 10명의 동료 영정을 바라본 학생들은 애절하게 절규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분양소에 조문 나온 학생들은 “너무 놀라 말을 채 이을 수가 없다”며 “어떻게 이런 참변이 생길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현ㆍ박병국ㆍ문영규 기자
인천=이인수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