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성 스콜 현상 일상화…수방 방재시스템 전면 수정해야
서울 올 강수량 1610㎜30년 평균 1450㎜ 넘어서
세포성 호우·경련반응 지속
2000㎜ 돌파 가능성도
올해 비는 유별나다. 양도 많은데 성격도 급하다. 국지성 폭우가 아니라 세포성 폭우로 돌변했다. 8월이 채 안됐는데 1년치의 비가 다 쏟아졌다. 여기엔 평년보다 배 많은 장맛비와 400m가 넘는 이번 기록적인 폭우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 오전 9시까지 서울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1610.6㎜로 집계됐다. 이는 평년값(1981~2010년 연평균)인 1450.5㎜를 160㎜ 이상 넘어선 것. 불과 반 년이 조금 지난 기간에 지난 30년 연평균 강수량을 돌파한 셈이다.
장마가 시작됐던 지난달 22일 이후 이날까지 서울지역의 강수량도 1369.56㎜로 한 달여(28일) 동안 올해 강수량의 94%가 퍼부어졌다. 29일까지 비가 계속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서울의 연 강수량이 2000㎜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울의 연 강수량이 2000㎜를 넘어선 것은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차례밖에 없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한 것은 올해 평년보다 ‘강한 비’가 ‘자주’ 내렸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6일까지 강수일수는 26일로 평년(17.3일)보다 9일 가까이 많았다. 시간당 30㎜ 이상 오는 날도 3일로 평년(0.9일)의 3배가 넘었고, 1일 8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린 날도 평년(1.2일)보다 많은 3일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걸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꼽는다. 최근의 세포성 호우는 빈도와 강도가 열대 지방의 ‘스콜’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2070년까지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강우 강도가 2.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올해 집중호우도 여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김광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자연적인 요인 외에도 산업화에 따른 변화일 수 있다”면서 “산업화가 가속화하면 지구온난화에 따라 지표면과 하층 대기 사이의 에너지 교환이 활발해진다. 그렇게 되면 대기순환이 활발해지고 비가 오는 빈도나 양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기후의 ‘경련반응’이란 분석도 있다. 정확한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후가 몇 년에 한 번씩 극심한 이상현상을 보인 다는 것.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기후는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지만 몇 년 만에 한 번씩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이상기후 현상, 즉 경련반응을 보이는데 올해 이상 폭우가 그런 성격이 짙다”면서 “경련반응은 때에 따라 기온, 비, 눈 등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번엔 비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2000년대 이후 갑작스럽게 쏟아붓는 국지성 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한반도의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수방방재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병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 내에서 배수시설과 빗물저장시설이 자치구마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돼 설치된 것이 문제”라며 “도시계획과 홍수계획을 같이 세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