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지역이 때아닌 ‘친일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흥남철수작전’으로 유명한 고 김백일 장군의 동상이다.
거제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세워진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동상을 제작한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에 행정집행을 통보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거제시의 이러한 행동에 기념사업회가 법적대응으로 맞서기로해 파장이 확상되고 있다.
거제시측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김백일 동상은 문화재 영향검토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자진철거를 요청했지만 기념사업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8월15일까지 자진철거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군의 동상은 1983년 12월 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PX잔존시설’에서 270m 지점에 위치해 있어 영향검토 기준인 300m 범위에 포함된다고 시는 밝혔다. 거제시는 1~2차례 정도 계고장을 더 보낼 예정이며 기념사업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 동상을 강제 철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황덕호 회장은 “당초 거제시가 허락을 해줘서 동상을 세웠다”며 “이 과정에서 시에서 해야 할 문화재 영향검토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우리에게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난민들이 성금을 모아 김 장군의 동상을 세웠다”면서 “동상 철거는 용납할 수 없으며 행정대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군 동상은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회장 황덕호)가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군 아몬드 장군을 설득해 피란민을 함대에 승선할 수 있게 한 공을 기리기 위해 지난 5월 27일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안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옆에 세웠다. 또 김 장군은 1950년 10월 1일 국군 최초로 38선(강릉∼주문진)을 돌파, 이 날이 국군의 날로 제정되는 계기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장군은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확연히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 항일 무장저항세력의 토벌부대에 복무한 사실 때문에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으며, 이를 이유로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철거를 주장하며 김 장군의 동상을 검은색 차양막으로 덮고 쇠사슬로 감기도 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