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는 목소리였다. 한 경찰관이 특유의 집념으로 4년만에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 광주 서부경찰서 강력5팀 노창성(40) 경사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007년 6월 20일, 전남 나주의 드들강에서 김모(26.여)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박모(30) 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내렸지만 광주 서부경찰서 강력5팀의 노창성(40)경사의 눈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강변의 경사도는 낮았고 주변상황은 침수 사고 가능성과는 멀었다.

무엇보다 남편이 의심스러웠다. 조직폭력배인데다 빚에 시달리고 보험사기 전과까지 있었다.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직폭력배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던 노 경사가 이를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문제는 증거였다. 폐쇄회로(CCTV)분석을 하고 통신수사 등을 벌였지만 증거는 모두 박씨를 외면했다. 결국 김씨는 단순 사고사로 처리됐다.

꽃다운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김씨를 노 경사는 쉽게 잊지 못했다. 숨진 김씨는 말이 없었지만 그녀의 한 맺힌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을 밝혀낼 목소리가 4년 만에 노 경사의 귀에 들렸다.

지난 1월 조폭 관련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노 경사는 한 조폭의 목소리에서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렸다. 4년이나 지났지만 노 경사는 그 목소리가 김씨의 사고를 신고한 양모(30) 씨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노 경사는 양씨의 목소리를 녹음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고 양씨가 당시 신고자인 사실을 밝혀냈다.

양씨는 노 경사의 추궁에 박씨의 범행 일체를 진술했고 결국 이들의 공모 사실을 자백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범행 한달 전 김씨와 혼인신고를 한 박씨는 아내 명의로 생명보험 등 3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2007년 6월6일 밤 아내가 탄 승용차를 강으로 밀어 그대로 수장시켰다.

양씨는 19일과 20일 119와 112에 태연히 김씨의 승용차가 떨어져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양씨가 신고자인 사실을 알아낼 수 없었던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을 사고사로 종결했다.

단순 사고사로 묻힐 뻔한 사건은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한 경찰관의 집념으로 4년 만에 해결됐다. 노 경사는 28일 “박씨의 범행을 확신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며 “머릿속에 항상 신고자의 목소리가 남아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결국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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