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를 발행하고 나서 예금부족이나 거래정지 등으로 수표 소지인에게 기재 금액이 지급되지 않게 했을 때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부정수표단속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8일 수표 발행 후 거래정지로 지급 불능이 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오모씨가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같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연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범죄가 1만건 이상 발생하는 현실에서 과태료나 금융제재만으로는 수표 지급의 확실성 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현금의 대용물이라는 수표 고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음 발행인에 대해 수표와 같은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해서 불합리한 차별이라 할 수 없고, 이 조항을 사람의 신체를 담보로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대, 목영준 재판관은 “문제 된 법 조항만으로는 범죄가 되는 행위가 ‘수표 작성·발행’인지 ‘제시 기일에 지급되지 않게 한 것’인지 등이 매우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오씨는 2004년 자신의 명의로 농협 당좌수표를 발행했으나 거래가 정지돼 수표 소지인에게 지급되지 않게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자 이 법조항이 인간의 존엄성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